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80%는 평생 한 번 이상 충격적인 외상 경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치료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이해 및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치료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당시 허리 부상을 당한 장병 한 명이 최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PTSD)’로 전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장병처럼 충격적인 경험을 한 뒤 나타난 스트레스 증세가 해소되지 않고 굳어져 병이 되는 경우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80%는 평생 한 번 이상 충격적인 외상 경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5~20%보다 4배 이상 많다. ‘왕따’나 각종 사고 등의 인재(人災)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PTSD에 대한 전 사회적인 경각심과 함께 치료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이해 및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치료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숨어 있는 병’ = 전문의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숨어 있는 병’으로 부른다.
PTSD 환자는 왕따 등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괴로운 경험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PTSD는 또 과거의 사건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 몸이 극도로 긴장하게 되고 외부와의 접촉을 꺼려 혼자 있게 되는 ‘회피 현상’이 흔히 나타난다. 피해의식과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외롭고 분하다는 생각에 빠져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생각의 블랙 홀’상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왕따나 집단 폭행을 당한 어린이의 경우 환각 등의 PTSD 증상이 가장 심하고 치료도 가장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는 ‘카멜레온’이라는 별칭도 붙는다. PTSD를 겪고 있는데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울증, 알코올 중독, 성격장애, 정신분열증 등 여러 모습으로 변형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은 정신과를 찾기보다는 두통, 복통, 어지러움, 만성 피로 등을 이유로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정신과를 찾아오더라도 신체적 불편이나 수면장애 등의 증상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하는 특성이 있다.
◆ 복합치료 이뤄져야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왕따 (학교, 직장, 친구집단) ▲집단 폭력 ▲가정 내 폭력 (신체· 언어 폭력) ▲교통사고 ▲불치병 또는 난치병 선고 ▲성적 폭력 ▲자연재해 ▲심한 모욕 및 충격 등에서 기인한다.
다음 중 4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과거의 충격으로 인해 현재 PTSD가 발생됐음을 의미하며, 2개 이상이면 현재 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①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 그와 관련된 괴로운 기억 때문에 특정한 장소나 사람 또는 일을 피하게 됩니까? ②예전에 좋아했거나 자신에게 중요했던 일들에 대해 흥미가 떨어졌습니까? ③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으십니까? ④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나 열정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⑤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다고 느껴집니까? ⑥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일이 있습니까? ⑦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게 됩니까?
PTSD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의미·행동 치료 등 정신치료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PTSD는 스스로 병을 숨기면서 안으로 곪아 들어가는 병이기 때문에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충격적 스트레스는 몸을 만성적으로 긴장시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떨어뜨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반드시 이러한 몸 상태를 치료해야만 성공적인 면담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 정신치료 중 과거의 아픈 기억의 의미를 좋은 쪽으로 사고해 변형시키는 ‘의미 변형 치료’도 자주 사용된다.
◆ 외상 후 성장도 가능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치료를 통해 오히려 ‘외상 후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역설적 사고를 통해 정신적 성장이 가능하다.
역설적 사고란 절망적 상황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아내는 인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외상후성장센터 이홍석 교수는 “PTSD 환자에게 자신의 아픈 경험을 적극적으로 털어놓고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며 “환자들도 PTSD는 잘 치료하면 오히려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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