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일본의 부동산 버블붕괴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가

최근 정부나 전문가들의 주택정책 방향을 들여다보면 1~2인 가구를 위한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와 싱글족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 ‘도심 공급’에 포인트를 두고 있지요.

주택정책이 신도시 개발 등 대도시 외곽 확장정책에서 도심 중시로 선회한 것은 1~2인 가구 증가가 직접적인 이유이지만 일본의 영향도 큽니다. 10여년 전부터 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최근 몇년 사이에 노인인구의 도심 정주(定住)와 회귀가 부쩍 늘었다고 하네요. 예상과는 달리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중반 이전에 신도시나 교외로 나갔던 고령인구가 도심으로 돌아와 오히려 인구가 증가한 것입니다. 일본의 이같은 노인인구의 도심회귀 현상 등이 감안돼 우리나라 주택정책도 바뀐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대도시의 현상을 우리나라 현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일본 고령인구의 도심 회귀 현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의 불황)동안 집값이 하락했기 때문이지요. 도쿄의 집값이 잃어버린 10년 이전의 시세대로 오르는 추세가 이어졌다면 도시 밖의 세컨드하우스나 전원주택에 사는 일본 노인 인구들은 도심회귀를 엄두조차 못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일본 노령인구의 도심 회귀라는 현상을 지금 우리나라 관료나 학자, 전문가 등이 총체적인 분석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국토해양부나 서울시의 도심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그 중의 하나지요. 국토부는 3만가구에 육박하는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를 해소할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도심에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요.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은 근시안적으로는 맞는 정책입니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급증한 1~2인가구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시라는 거대 도시의 인구분산 대책 없이 1~2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쾌적한 도시정책에 역행할 뿐더러 높은 땅값 때문에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지요.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도시 주변부나 신도시 너머에 질 좋은 주택을 최대한 싸게 공급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지금처럼 땅값이 비싼 상황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투자자도 줄어 당초의 공급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주택을 무차별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는 투자 여력을 가진 수요자들이 매력을 갖는 주택 공급이 주택부족(전세난)을 해결하는 또 다른 길입니다. 도시형생활주택 확대와 함께 3~4인 가구와 중산층도 매력(가격과 주거여건)을 갖는 주택을 서울과 신도시 주변부에 함께 공급하는 정책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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