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아시아가 읽는다

한국 문학 작품이 아시아 각국에서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최근 황순원의 장편소설 ‘움직이는 성’이 일본어로 번역·출간된 것을 비롯,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파키스탄에서, 한국 문화의 전통적 이미지를 담은 민담을 소개하는 ‘한국대표민담집’은 몽골에서 발간됐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의 지원을 받아 현지어로 번역·출간된 이 문학 작품들은 한국인의 정서 및 사회 현실과 전통 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우선 일본기독교단 출판부에서 펴낸 황순원의 ‘움직이는 성’은 유교·불교·기독교·샤머니즘 등의 사상이 혼재하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유랑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외래 종교인 기독교와 한국 전통의 민간신앙인 무속의 대립 구도 속에서 갈등하는 등장인물들의 좌절과 고민은 당시 사상적으로 방황하는 한국 사회와 지식인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1970년대 도시 하층민들의 비인간적인 삶을 다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박완서 중단편선’ 등 지속적으로 한국 문학을 소개해 온 파키스탄 마샬북스 출판사가 우르두어로 번역·출간했다. ‘난쏘공’은 그동안 영·독·불을 비롯, 러시아 등 세계 주요 언어권에서 출간된 데 이어 남아시아의 다수어인 우르두어로까지 번역·출판됨으로써 그 의미가 한층 더 각별해졌다.

이 밖에도 한국 문학의 뿌리이자 전통적 가치와 문화를 담고 있는 전래 민담 55편이 ‘한국대표민담집’이라는 이름으로 몽골에 소개됐다. ‘한국대표민담집’은 몽골의 유명 출판사인 애드몬 출판사에서 발간됐으며 이상의 ‘날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몽골에 소개해 온 에르덴수렝이 번역을 맡았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