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夫一妻制, 인간의 性的 위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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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 / 크리스토퍼 라이언·카실다 제타 지음, 김해식 옮김 / 행복포럼

“인간은 유인원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는 잊어라. 우리는 유인원에서 유래하지 않았다. 우리가 유인원이다.”

과연 어떤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려고 책 첫 문장부터 이렇게 도발적일까. 각각 심리학 박사와 의사로 전 세계를 돌며 성생활 강의를 하고 있는 독특한 경력의 두 저자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 현존하는 5종의 큰 유인원 중 하나다. 인간은 이중 보노보 및 침팬지와 공통 조상을 가졌다.

그런데 보노보와 침팬지는 성욕이 철철 넘치는 동물이다. 두 저자는 인간과 가장 밀접한 침팬지 및 보노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침팬지 암컷이 섹스를 원하는 모든 수컷들과 매일 수십 차례 교미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모든 구성원을 편안하게 만들며 강력한 사회적 유대를 유지해 주는 보노보의 난무하는 그룹섹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인간도 이같은 침팬지, 보노보와 마찬가지로 성욕 과잉인 조상을 둔, 성적으로 흥분한 후손들이다. 그런데 일부일처제라니….

책은 인간의 성 윤리와 관련된 기존의 관념과 상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저자는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산다’는 일부일처제가 실제로 인간 본성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가를 보여주며 일부일처제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는 학자들의 주장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장탄식한다. “긴 여정을 함께해 온 부부들 중 얼마나 많은 커플들이 대체할 수 없는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가족의 안정성, 동료애, 비록 성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감정적인 친밀감-의 제단(祭壇)에 기꺼이 자신들의 에로티시즘을 희생했을까!”

미국인들은 브로드웨이나 비영리극장, 오페라, 발레, 재즈, 전통음악 공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스트립클럽에서 쓴다. 클린턴, 비터, 깅리치, 크레이그 등 미국의 정치인과 해거드, 스와거트, 바커 등 종교인들은 겉으론 ‘가족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뒤에선 정부, 매춘부, 인턴사원 등과 은밀한 밀회를 즐겼지 않는가. 가톨릭 사제들은 또 어떤가. 지난 수십년 동안에 수백명의 가톨릭 사제들이 수천 건의 아동 대상 성범죄를 실토했지 않는가. 지난 2000년 뉴욕타임스는 제너럴모터스(GM)가 허슬러 제국의 래리 플린트보다 더 많은 그래픽 섹스필름을 팔았다고 폭로했다.

“우리가 인간 성생활에 관한 전통적인 모델 즉 일부일처제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결혼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며, 핵가족이 아닌 가족 구조는 일탈이라는 것 등에 집착한다면 이같은 미국의 성적 위선을 설명할 길이 없다.” 두 저자는 인간에게 ‘결혼’과 ‘간통’ ‘짝짓기’ 등의 개념은 종족마다 다른 의미를 갖게 되며 이런 이유로 ‘남녀 한 쌍의 결합’의 기준 역시 모호하다고 도발적인 논지를 편다.

“‘결혼’ ’짝짓기’ ‘사랑’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현상들이며 특정 문화의 외부에서는 그 의미가 거의 혹은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걷잡을 수 없이 일상화된 그룹섹스, 스와핑, 억제되지 않은 가벼운 정사, 사회적으로 허가된 순차적 섹스에 관해 우리가 언급한 사례들이 ‘일부일처제’라고 주장하는 모든 사회에서 보고됐다.”

자신의 파트너가 다른 이성을 만나는 데서 오는 ‘질투’ 역시 인간 본성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질투는 사회적 수정을 반영하며, 만일 합의가 그것을 그렇다고 여긴다면 작은 자극에 불과한 것으로 명백히 축소될 수 있다.” 실제 볼리비아의 시리오노(Siriono)족 사이에서 질투는 누군가의 배우자가 연인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남성 혹은 여성이 그 연인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 수렵채집인 사회의 중심이며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던 여성은 농업공동체 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집, 노예, 가축과 마찬가지로 남성이 얻고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소유물로 전락했다.

“남성은 싸고 풍부한 씨앗을 멀리 널리 퍼트리려고 애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부성(父性) 확실성을 높이기 위해 한 명 혹은 소수의 여성을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여성은 공급이 제한된, 신진대사상으로 비싼 알들을 가치 없는 구혼자들로부터 보호한다. 그러나 일단 한 부양자(남편)에게 엮이면 배란기에 재빨리 치마를 끌어올린다.” 책은 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이성에 대한 생각 차이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책은 이밖에 남성의 음경, 여성의 유방, 오르가슴, 여성이 황홀경에서 내는 교성(嬌聲) 등 인간 성생활과 관련된 기원도 인류학, 고고학, 생물학, 해부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바탕으로 해독한다.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해 딱딱하거나 성(性)과 관련된 소재를 다뤄 자칫 말초적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저자들은 유머스럽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책은 미국의 성(性) 칼럼니스트 댄 새비지로부터 “‘킨제이 보고서’ 이후 인간 성생활에 관한 가장 중요한 책”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