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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05월 09일(月)
甲骨 3300년 한자문화의 ‘화석’
‘갑골학 일백년’ 국내 첫 번역출간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한자의 기원을 연구하는 갑골학(甲骨學) 100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갑골학 일백년’(소명출판 펴냄)이 국내 처음 번역 출간됐다. 한자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하영삼 경성대 교수가 지난 2005년부터 6년에 걸친 작업 끝에 최근 총 5권으로 내놓은 것이다. 중국 밖 다른 언어권에서 번역 출간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이번 번역 출간은 한국 학계의 갑골문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갑골학은 갑골문(甲骨文)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갑골문은 3000여년 전 중국을 지배했던 상(商)나라 사람들이 거북껍데기나 소, 사슴, 호랑이 따위의 짐승뼈에 점을 친 뒤 그 기록을 새겨 남긴 것으로 한자의 기원이 되고 있다. 지난 1899년에 발견돼 20세기 최고의 고고학적 발굴로 평가되고 있다.

‘갑골학 일백년’은 중국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의 왕위신(王宇信)·양성난(楊升男) 교수 등이 갑골문 발견 100주년을 맞은 지난 1999년 8월 출간한 책이다. 중국 국가사업으로 기획된 저술로 갑골문을 발견한 이후의 연구를 해외성과까지 망라해 총정리했다. 연구 대상을 문자학에 한정해 갑골문 글자의 해독에 국한하지 않고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료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으로 규정한 점이 두드러진다. 중국어 원문으로 150만자가 넘는 방대한 분량인 이 책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1년 9월, 제8회 ‘5·1프로젝트’상, 2001년 12월에는 제5회 중국 국가 ‘도서상’의 후보상, 2002년 10월에는 중국사회과학원의 ‘제4회 우수저작상’, ‘곽말약 중국역사상’ 등을 수상했다.

갑골문 발견으로 3000여 년 동안 땅속에 파묻혀 있던 600여년간의 상(商)나라 역사가 중국 역사에 편입됐으며, 한자의 역사 또한 1000여년 이상 앞당겨졌다. 갑골문 발견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갑골학은 언어문자학은 물론 역사학·고고학·과학기술사 등 여러 학문과 밀접하게 관련돼 학제간 연구에서 가장 기초적인 학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책은 갑골학 100년의 연구사를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에 의한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성립 이전 50년과 이후 50년의 둘로 나누었다. 이전 50년은 다시 1928년의 은허(殷墟) 발굴 이전과 이후, 신중국 성립 이후 50년은 다시 1978년의 ‘갑골문 합집’의 발간 이전과 이후로 구분했다. 아울러 신중국 성립 이전 50년의 전기를 ‘갑골학의 초창기’(1899~1928), 후기를 ‘갑골문의 발전기’(1928~1937), 이후 50년을 ‘갑골학의 심화연구기’(1949~현재)(전반기를 심화연구기 제1단계, 후반기를 심화연구기의 제2단계)로 규정했다. 갑골문을 응용한 사회사 연구의 성과로 ‘사회 구조와 국가 기능’, ‘사회 경제’, ‘종교 제사’, ‘역법과 의학’ 등의 주제별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마지막으로 21세기 갑골학 연구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모든 인용문은 한국어로 번역해 붙임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갑골 복사(卜辭)에 등장하는 개별 한자에 대해서도 독음이 있는 경우는 통용되는 독음을 병기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나온 갑골문 관련 저작은 거개의 경우 갑골문을 인용하는 데 그쳤다. 번역본은 또 원서가 출간된 뒤 최근까지 10여년간의 새로운 연구성과는 역주를 통해 보완했다.

하영삼 교수는 “갑골문이 3300년 전의 문자다 보니 이를 풀이하는 데 학자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가능한 한 갑골문에 우리말 독음을 넣는 등 갑골문 번역의 모델을 만들려고 했다”며 “갑골문엔 동이족 등 우리와 관련된 얘기도 많이 나와 우리나라의 상고사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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