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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1년 06월 07일(火)
북한인권법, 정치적 흥정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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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원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북한인권법안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된 지 1년이 넘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동안 수많은 북한 주민이 식량부족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고, 인권 상황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터에 최근 여야가 이 법안을 협의해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리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헌법상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일관되게 이러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한국민으로 하여금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향유하도록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헌법상 의무다. 북한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조치에 대해 ‘우리식 사회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며 주권침해와 내정간섭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자유로운 인격체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로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이다. 미국·일본도 이미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 국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당장 북한 주민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고 이를 위한 활동을 지원한다는 국민적 의지를 선언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이라는 목적과 취지에 따라 제정돼야 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 본질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여야가 북한인권법안을 논의하는 것을 보면 북한 주민의 인권이 정치적 목적이나 당리당략에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북한 주민의 인권은 국내외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대북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따라서 북한인권법이 남북한은 물론 여야가 정책적 고려를 통해 흥정하거나 협상할 수 있는 대상이나 정략의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북한인권법안과 동시에 ‘북한민생인권법안’을 논의하자는 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정략이다.

둘째, 북한 인권에 대한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북한 인권에 대한 자료는 평화통일 이후에 체제 불법을 극복하고 정치적 피해자를 구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는 독일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통일국가의 사회통합과 법제도의 통합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셋째,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 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기관과 민간단체의 역할을 조정하고, 자금 지원의 내용과 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국제기구나 국제비정부기구(INGO) 등 단체와도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2006년 이후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등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북한은 지금 정치·군사적으로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국회는 북한인권법의 본질을 훼손하지 말고 하루바삐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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