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퇴진’ 정치협상 가속

리비아 내전사태를 정치협상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리비아 정부측과 반정부군측이 무아마르 카다피 퇴진을 전제로 한 직간접적인 정치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리비아 사태 개입에 상반된 견해를 보여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측이 4일 협의를 벌일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반정부군의 거점인 벵가지를 방문 중인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3일 “리비아 위기가 8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이 시작되기에 앞서 이달 안에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터키는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나 민주주의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리비아 반정부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이날 벵가지에서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평화적인 해결책으로 우리는 카다피가 친위부대에 병영과 현 위치에서 철수하라고 명령을 내린 다음 권좌에서 물러난 뒤 자신이 리비아에 남을지 아니면 해외로 나갈지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잘리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카다피의 퇴진이 정치협상의 전제조건이나 카다피가 원한다면 퇴임 후 리비아에 남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톰 도닐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3일 CNN방송 대담에서 “카다피 퇴진이 장기적 정책 목표이며, 우리는 그가 물러나도록 하기 위해 광범위하고 일관된 노력을 함께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4일 러시아 흑해연안의 소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리비아 사태 문제를 협의한다. 리비아 반정부군을 지원하며 100일 넘게 리비아 공습 작전을 벌이고 있는 나토의 수장이 리비아 정부군을 지지하는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리비아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카다피 이후 체제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자리일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이날 아프리카연합(AU) 의장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리비아 사태 해법을 협의한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