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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1년 07월 22일(金)
고유가 시대, 자동차 문화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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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범/KAIST 공과대 교수 기계공학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신기술로 대개 연료전지나 전기 자동차가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서 수십 년 앞선 아주 오래된 기술이며, 기술의 발전 역시 상대적으로 신기술인 내연기관에 비해 매우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전기 자동차 대중화의 고질적 걸림돌인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보면 최근 많은 진보가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도 석유 에너지 밀도의 약 100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분간 고유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 개선이 유일하다.

승용차 연비 개선의 1등 공신은 단연 디젤 엔진이다. 과거 디젤 엔진은 소음과 매연이 심해 상용차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유럽을 필두로 30여년 간의 꾸준한 연구를 통해 승용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성능과 가솔린 엔진 대비 30% 정도의 연비 향상을 이뤘다. 최근에는 고급 승용차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벤츠 S클래스급에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해 시판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서유럽 전체로 보면 승용 디젤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50%를 웃돈다. 프랑스의 경우 약 80%에 이른다.

그 외에 터보차저 기술을 통한 엔진의 소형화, 변속기의 다단화, 운동기구의 마찰력 저감, 공회전 방지 장치 등 다소 평범해 보이는 기술 개선으로 연비는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이미 리터당 연비 20㎞를 웃도는 여러 모델이 시판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에 정밀 가공, 나노 코팅, 초정밀 제어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응용됐기 때문에 실현이 가능하다. 그 연장선에서 10년 후에는 연비의 30% 추가 향상이 예상된다. 자동차 연비가 향상됨에 따라 자동차의 주행 거리는 비례해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에너지 과소비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사회문화·정책적인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선진국의 경우 소득에 비례해서 일반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유독 한국은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평균치를 이미 웃돌고 있음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문화 역시 초기에는 신분 과시 등의 영향으로 중·대형차를 선호하다가 점차 실용 위주로 바뀌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대형차 선호도에 큰 변화가 없다. 자동차의 경량 소형화는 연비 향상의 선결 조건이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그 경향이 이미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형차의 시장 점유율이 유독 낮은 것은 국가 정책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일본의 경우 차고지가 있어야 승용차 등록을 할 수 있으나 경차는 예외로 하는 등 강력한 경차 장려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도 경차에 혜택이 일부 있지만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혜택은 자동차나 엔진의 크기가 아니라 연비를 기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의 운행 거리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세와 보험료를 연간 운행 거리에 연동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정유한 경유는 남아서 수출하고 LPG는 모자라서 수입하는 등 세금 때문에 왜곡된 에너지 소비 구조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보다 잘사는 유럽에서는 아직도 자동 변속기 보급률이 20%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인구 밀도도 높고 석유 공급도 대외에 의존하는 등 한국과 닮은 점이 많은 만큼 국내 에너지 정책의 방향 결정에 시사하는 바 크다.

소비 에너지의 100%를 수입하는 매우 취약한 현실임에도 주로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만 해결책을 찾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에너지 과소비 문화에 대한 각성과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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