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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10월 07일(金)
증거만이 안다, 죽은 者의 억울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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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 문국진·강창래 지음 / 알마

군사정권의 길고 어두운 독재 시기 보편적인 수사방법은 고문이었다. 1981년 8월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발생한 일명 ‘윤 노파 살해 사건’은 권력의 무자비한 인권유린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당시 경찰이 범인으로 구속했던 윤 노파의 조카 고모씨는 재판에서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풀려났다. 한국 사회에서 고문이 없어지는 대장정이 시작되는 획기적인 이 판결의 중심에 한국 최초의 법의학자 문국진이 있었다.

이 책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는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판결을 내리던 관행을 깨뜨리고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를 전문 인터뷰어 강창래가 만나 쓴 것이다.

1955년 신문에서 아직 ‘법의관’이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았을 때, 법의학은 학문도 아니라고들 말하던 그 시절에 문 교수가 어떤 계기로 법의관을 꿈꾸고 법의관으로서의 인생을 준비했을까.

그리고 전통적으로 ‘두벌죽음(죽은 사람이 다시 해부나 화장, 극형 따위를 당하는 일)’을 거부하는 문화 속에서 어떻게 부검을 했으며, 어떻게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법의학적인 지식으로 사건들을 다뤄 왔을까. 문 교수가 법의학자로서 50여년 동안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우여곡절의 드라마를 그의 육성으로 담은 것이다.

책에 따르면 그가 법의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대학 3학년 때 후루하다 다네모도가 쓴 ‘법의학 이야기’를 접하고서다. “사람에게 생명도 중요하지만, 권리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 임상의학이라면, 사람의 권리를 다루는 의학은 법의학”이라는 구절에 홀딱 반해 버렸던 것.

당시 국내에는 법의학과나 법의학 교실이 전혀 없어 그나마 비슷한 병리학교실에 찾아갔는데 마침 그가 졸업하던 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독립기관으로 발족하며 처음으로 법의관을 뽑아 국내 1호 법의관이 된 것이다.

하지만 두벌죽음은 큰 형벌이라는 생각이 극히 강하던 때라 첫해엔 일주일에 한 건 정도밖에 부검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부검하러 갔다가 도끼로 맞아 죽을 뻔한 경우도 있었다. 여자친구 가족과의 말다툼 끝에 뒷산에서 목을 매달아 숨진 채 발견된 청년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현장에서 사과상자 네 개로 만든 간이 해부대에서 막 부검을 시작한 때였다. 메스로 절개하려는 순간 “안 된다!”는 고함과 함께 도끼가 번쩍하더나 사과상자 한쪽이 동강이 났단다. 손자의 두벌죽음을 용납할 수 없던 청년의 할아버지가 도끼로 문 교수를 공격했던 것이다.

책은 이 밖에도 무당의 강림술 뒤에 숨겨진 치아 구조의 비밀, 히스타민양 물질 쇼크를 유도해 애인을 죽인 의대 중퇴생의 지능적인 범죄 등을 풀어헤친 과학수사가 흥미진진하게 소개된다.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법의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문 교수가 은퇴한 뒤부터 시작한 ‘북 오톱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 오톱시란 책의 내용을 통해 행하는 부검으로, 문 교수는 이를 통해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사인을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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