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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10월 07일(金)
잡스처럼… ‘불행한 출생’이 ‘위대한 인생’ 낳다
사생아로 태어난 인물 15명, 세상에 족적 남긴 삶 조명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 / 주레 피오릴로 지음, 이미숙 옮김 / 시그마북스

거의 청소년용 도서다. 특히 가정환경에 결손이 있는 청소년에게 더 큰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겠다.

책은, 역사상 사생아로 태어난 인물들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즉 아버지가 없거나 있어도 자식을 인정하지 않는, 법률적으로 혼외 임신으로 태어난 이들이 자신이 처한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례들을 열거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학적으로 깊이가 있거나 색다른 시각에서 인물들을 파악하기보다는 확인된 사실들을 편집, 다이제스트식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읽기 쉬운 장점이 있는 반면 알맹이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나마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 15명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을 연대표와 사진, 삽화 등과 함께 전달하고 있어 책의 짜임새는 평가받을 만하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들은 이렇다. 프랑스 출신으로 영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영국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군주가 된 ‘정복왕’ 윌리엄, 부친에게 관심 받지 못하고 상속권도 박탈당해 가업을 물려받지 않아도 되었기에 아름답고 창조적인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어린 시절의 가난과 무지함을 극복하고 잉카 제국을 정복함으로써 가장 무섭고 대단한 스페인의 정복자가 된 프란시스코 피사로, 버림받은 공주의 신분으로 현명한 통치와 이타적 리더십을 스스로 터득했고 그 결과 영국 국민들의 사랑과 충성을 받으며 조국을 낙후한 섬나라에서 세계 제국으로 변모시킨 엘리자베스 1세, 영국 공작의 사생아로서 흔적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날까 봐 두려워했고, 결국 신생국가 미국에 세계 최대의 박물관을 선사한 제임스 스미스슨, 무수한 죄를 저지른 국왕파 아버지에게 아들로 인정받지 못하자 칠레 독립전쟁에서 군주정치 반대자 편에 가담해 결국 칠레의 독재자가 된 베르나르도 오히긴스를 비롯해 19세기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극작가 알렉상드르 소(小) 뒤마, 19세기 최고의 탐험가 헨리 스탠리, 세계적인 문학가 잭 런던, 20세기 최고의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 에바 페론, 피델 카스트로, 알렉산더 해밀턴 등이다.

이들은 태생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운명을 거슬러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갔다. 이들의 의지와 열정은 세상을 바꿀 만큼 대단했다. 사생아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에비타로 불렸던 에바 페론은 출신의 한계를 딛고 영부인이 된 후 7년간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녀는 남편의 정치 고문, 매력적인 국제 스타, 국민의 어머니, 가난한 사람들의 옹호자가 되어 빈민층을 보호하고 여권(女權)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뛰어다녔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투표권을 얻었고 병원, 보호소, 자선단체가 성화를 이뤘다. 그러나 이 같은 선행과 사회 개혁은 페론의 족벌주의와 변덕, 월권행위, 복수, 파시즘 탓에 빛을 잃었다.

한마디로 책은, 그 어떤 환경이나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개척해나갈 때 길은 열린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역사적 사례들은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결국 ‘남의 탓’ 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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