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感 + art…‘六感’으로 만나는 한국 미디어아트

“며칠 전 일입니다. 직장인 몇이 전시장 입구의 이이남 작가 작품을 집중해서 보더니 지나가는 동료까지 불러세워 함께 보더라구요. 같은 건물의 전시장으로 발걸음조차 안 하던 사람들이 미디어아트를 끝까지 챙겨보다니, 기획자로서 놀랍고 반가웠어요.”

‘아트센터 나비’ 기획자 류병학씨는 “젊은 영상세대조차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미디어아트가 더 많은 대중과 교감하고 일상의 미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획자와 작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미디어아트가 성행하고 있지만 몇몇 스타 작가를 제외하곤 안정된 기반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미디어아트의 어두운 현실을 일깨웠다.

국내 유일의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장, 아트센터 나비에서 한국 미디어아트 25년사를 짚어보는 대형 기획전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99번지, SK 본사빌딩 4층의 아트센터 나비에서 올 연말까지 열리는 ‘육감 맛사지(The Sixth Sense Massage)’전은 국내에서 미디어아트가 시작된 1970년대 중반 이후 2000년까지 국내 미디어아트 1세대 작가 19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5감에 ‘아트(art)’를 더한 6감으로 관객들에게 정신적 마사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기획자 류씨는 “2000년대 이전 작가들 위주이며 대구의 박현기(1942~2000), 대전의 김해민·육태진 등 초기에도 지방작가들의 활동이 활발했다”며 “1990년대 후반 들어 해외파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계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1932~2006)이 서구에서 첨단 아트를 처음 시도한 것은 1960년대 중반. 그러나 국내 비디오아트의 출발은 10년쯤 뒤였다. 1977년 대구 현대미술제에서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더불어 선보인 작고작가 박현기의 영상작품이 한국 미디어아트의 효시다.

국내 미디어아트는 2000년대 들어 미술의 주요 장르로 부상했다. 2000년엔 미디어아트비엔날레인 미디어시티서울이 시작됐다. 미디어아트 전문공간인 아트센터 나비가 문을 연 것도 2000년이었다.

아트센터 나비의 ‘육감 맛사지’전에는 박현기를 비롯해 구자영·김수자·김세진·김승영·김태은·김창겸·김해민·노재운·박화영·양아치·유비호·유지숙·육태진·이용백·이이남·장지아·전준호·한계륜 등 19명의 영상 120점과 오브제 3점 등 123점이 전시 중이다.

전시장 중앙을 카페식으로 꾸며 관람객이 휴식하듯 눈과 귀로 스크린과 헤드폰을 이용해 이미지와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입구부터 4개 벽면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 소형 모니터를 통해 전시작을 감상하고 관련 자료를 챙겨볼 수 있다. 480쪽짜리 전시도록도 나왔다.

전시작 중 올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용백의 영상 ‘엔젤 솔저’에선 울긋불긋한 가짜꽃을 매단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행진한다. 3차원(3D)과 2차원(2D) 이미지가 결합된 김창겸의 ‘스틸 라이프’에선 실재와 환상이 공존한다.

광주비엔날레 아트페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전준호는 지폐를 활용한 작업 등을 선보인다.

지난해 에르메스미술상 수상작가 양아치(본명 조성진)의 ‘밝은 비둘기 현숙씨’는 부암동 집에서 도산공원 근처를 오가며 관찰한 풍경이 감시 카메라와 비둘기의 시선에서 20분간 이어진다. 광주 출신 작가 이이남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소녀의 눈이 깜빡인 뒤, 눈물방울이 흘러내리는 작품을 공개한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