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실존론… 철학의 눈으로 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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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읽기 /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는 수선화가 상징하는 나르시시즘과 관련된 보편적 신화적 의미와 다른 해석이 투영된다.

자신의 잘난 얼굴에 빠진 자기애가 아닌 외로워서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 물가를 떠나지 못하는 수선화로 표현된다는 것.

이는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실존론적 상황’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기존 이론과 상치된다.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도 키르케고르의 관점을 투영하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의 기존 해석이 아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해석된다. 자기 안에 있는 굳은 날개를 다시 펴고 잠자는 별을 깨어나게 하는 것이 이 ‘사랑법’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와 튀빙겐대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저자 김용규는 이 책에서 거론된 모든 시를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해석한다.

그래서 시는 텍스트에 의거한 분석의 대상이 아닌 실존의 가치로 재탄생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사랑을 사랑했던 시인들의 90여편의 시를 통해 시와 삶, 철학을 얘기한다.

저자는 “시를 이리저리 분해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들이 시를 어떻게 즐기고, 시가 인간 존재에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갈파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