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 활약은 ‘진행형’ 21세기 상상력, 19세기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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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실크하우스의 비밀 /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영화애호가라면 ‘셜록 홈즈’란 이름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드 로가 주연하는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지난 2009년 선보였던 영화 ‘셜록 홈즈’의 2편이 다음주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새 영화 개봉에 즈음해 나온 ‘홈즈 주역의 추리소설’은 기존의 셜록 홈즈 책과는 다르다. 추리소설 속 주인공 셜록 홈즈가 같은 하숙집의 왓슨과 더불어 의뢰받은 미궁의 사건을 풀어내는 설정은 그대로지만, 저자 이름이 바뀌었다. ‘키다리 명탐정’ 셜록 홈즈의 소설가로 익숙한 아서 코넌 도일(1859∼1930)이 아니라 현재 활발히 집필활동 중인 영국작가 앤터니 호로비츠가 이 책의 저자다.

코넌 도일의 후손이 운영 중인 아서 코넌 도일 재단이 “아서 코넌 도일 작품에 완벽하게 충실하다”며 선정한 앤터니 호로비츠가 21세기에 1900년 전후의 ‘코넌 도일’ 그 이후의 홈즈 이야기를 펼친다.

재단이 선정한 ‘공식 셜록 홈즈 소설의 작가’인 앤터니 호로비츠는 10대 스파이의 모험을 그린 ‘알렉스 라이더시리즈’의 저자이며 각본가로서 TV드라마와 영화제작에도 참여한 영국 작가. 그가 8년간의 자료 조사와 인터뷰 및 집필 기간을 거쳐 발표한 ‘실크하우스의 비밀’은 원작의 등장인물과 시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한 작품으로 영국에서 호평을 얻었다.

이 책은 1890년 홈즈와 그의 파트너 왓슨이 2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존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런던 베이커리거리 하숙집에 함께 기거하며 ‘바스커빌가의 사냥개’ ‘글로리아 스콧호’ ‘마자랭의 다이아몬드’ ‘서섹스의 흡혈귀’ 등의 사건을 추적하듯 홈즈와 왓슨은 현장 분석과 사전 지식을 토대로 사건을 추적한다.

홈즈가 새로 맡은 사건은 미술품을 취급하는 화상 카스테어즈가 의뢰인이다. 카스테어즈는 영국과 미국을 오가는 고가의 미술품 매매과정에서 미국 갱단의 원한을 사게 되고, 사건을 맡은 홈즈가 상대와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단서가 ‘실크하우스’다.

에든버러 출신의 의사이자 소설가였던 코넌 도일의 1887년작 ‘주홍색 연구’를 통해 세인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홈즈의 면모는 21세기 신작서도 여전하다. 매부리 코에 깡마른 키다리, 발이 빠르고 휜 쇠부지깽이를 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손힘을 자랑하며, 특유의 관찰력과 집중력에다 상상력을 동원해 사건을 풀어낸다.

‘탐정의 대명사’는 1917년 작 ‘마지막 사건’에서 알프스산의 폭포 속으로 떨어지면서 종적을 감췄지만, 1927년까지 40년간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을 통해 ‘전설적인 명탐정’의 면모를 발휘했다. 홈즈의 전설은 21세기 들어 소설과 영화로도 되살아나고 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