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 中 군사력, 美 슈퍼파워 위협

미국과 중국 간의 ‘구밀복검’(口蜜腹劍)의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서로 상대방을 대놓고 ‘적’이라 규정하진 않지만 잠재적 충돌에 대비해 각자 전략능력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군사능력이 배가되면서 미국의 전략무기 개발방향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WSJ는 당장 2015년 완성을 목표로 미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 항에서 건조 중인 미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의 건조계획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 항공모함은 전투기, 각종 무기와 함께 승무원이 4660명에 달하는 초대형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성층권을 통과해 항공모함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신형 순항미사일을 개발함에 따라 이 미사일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진 것이다. ‘DF-21D’라 지칭되는 중국의 이 미사일은 2735㎞ 떨어져 이동하는 해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특히 발사 고도가 미국의 순항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막기에는 너무 높고, 대륙간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막기에는 너무 낮다.

미국의 제럴드 포드호는 그 화려한 장비에도 불구하고 이 미사일에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채 완성된다면 중국 연해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현재 다른 미국의 태평양 함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1945년 이래 태평양에서 최고 군사력을 자랑하던 미 해군이 이제 그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의 군비확장 목표는 연안해역에서 미 해군력 감소와 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적’이라 규정한 것은 아니다. 실제 최근 사임한 미셸 플러노이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2011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민해방군 장성들에게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방부가 태평양 상에서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누구와 충돌이 있을지는 언급하지 않지만 누군가와 적대활동이 있을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전문가들은 ‘DF-21D’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미국 항공모함들의 중국 연안 접근이 어려워지고 근방의 제공권 장악도 어려울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 해군은 장거리 무인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중국의 위성망 공격 시에는 무인공격기 운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베이징 = 박선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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