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통치권 강화 위한 도구였다

시간과 권력의 역사/외르크 뤼프케 지음, 김용현 옮김/알마

오래 전부터 통치자들은 달력이 가진 힘을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해왔다. 기원전 45년 원로원이 카이사르의 중요한 승전일을 페리아이(로마의 휴일)로 높인 것이나 카이사르의 생일이 로마에서 국가적인 희생제로 기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달력은 강력한 권력을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기원전 2세기 로마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날에 민회가 열릴 경우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장날과 민회가 열리는 날이 겹치지 않도록 날을 계속해서 구분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독일에서 고전문헌학과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저자는 권력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통치권 강화 수단이었던 달력, 즉 시간과 권력에 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준다. 1873년 일본 정부는 단 20일의 공지 기간만 두고 그레고리력 개혁을 단행하는데 국가 재정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였다. 태음태양력에 따르면 1873년에 윤달이 있는데, 이때는 모든 관료에게 한 달 급료가 추가로 지급돼야 했다. 일본 정부는 달력 개혁을 통해 급료를 지급하지 않고 재정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법정공휴일이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로 정하게 된 역사는 다음과 같다. 애초 7일 주기의 1주일은 헬레니즘시대에 생겼다. 유대교의 안식일(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은 토성(토요일)의 날을 기념하는 형식으로 로마에서 수용됐는데, 이후 유대교로부터 나온 기독교도들이 안식일 다음날, 즉 온종일 행해지는 행사가 없는 안식일로부터 첫째 날인 일요일에 공동예배를 드렸고, 콘스탄티누스가 일요일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착됐다.

주 40시간 근로제에 따른 휴일 문제와 법정공휴일에 대한 대체휴무일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과 직접 연관되기에 권력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책은 ‘21세기의 시작은 2000년일까, 아니면 2001년일까’ ‘요일은 어째서 행성의 이름을 따서 지었을까’와 같은 질문에서부터 달력에 숨은 권력의 상징 등 달력을 둘러싼 문화사적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