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진화론은 미래 읽어내는 열쇠”

다윈 지능/최재천 지음/ 사이언스북스

과학서적 부문에서 공전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 보셨는지. 그 유명한 찰스 다윈(사진)의 ‘종의 기원’은 물론이거니와 ‘이기적 유전자’ 역시 완독하기엔 만만찮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진화생물학자들의 저서들은 그 방면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흥미를 쉽게 유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일반인들이 편하게 읽기엔 만만찮은 학문적 내용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다윈 지능’은 그 어느 진화생물학 서적보다 명쾌하면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통섭’으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마치 칼럼처럼 써나간 글에서 적절한 학문적 수준을 견지하면서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서술하고 있다. 논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의정을 적절하게 입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개론서 수준은 결코 아니다. 저자가 펼치고 있는 논점들은 진화론의 근본적인 명제에서부터 현대 생물학의 최전선에 있는 첨예한 문제까지 망라하고 있다.

우선 책의 제목부터 따져보자. ‘다윈 지능’은 영어 ‘Darwinian Intelligence’로 부기돼 있다. 여기서 지능, 즉 ‘Intelligence’는 흔히 우리가 ‘지성’으로 일컫는 단어다. 왜 흔히들 ‘집단 지성’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성보다는 ‘지능’이라고 옮겨야 바람직하다고 못박는다. 따라서 책 제목 ‘다윈 지능’을 굳이 시쳇말로 옮기자면, ‘다윈(주의자)의 (집단)지성’쯤이 되지 않을까.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다윈의 진화론은 21세기를 열어 나갈 집단 지능”이라는 것이다.

‘다윈 지능’은 지난 150여 년간 진화론이 발전해온 과정과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석학들의 설전 그리고 현대 진화론의 핵심을 담고 있다. 아울러 진화론이 생물학의 범주를 넘어 철학과 경제학, 법학, 문학, 정치학, 예술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침에 따라 보다 풍성하고 다양해진 지식 생태계의 현황을 보여준다.

저자는 “진화론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세계뿐 아니라 생명이 일구고 확장해 나간 모든 사회 현상들을 가장 포괄적으로 설명한다”면서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오늘날 우리 앞에 산재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책은, ‘자연 선택’ 이론으로 대변되는 다윈의 진화론이 어떻게 디옥시리보핵산(DNA)의 구조로부터 인류의 사회생활과 문명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거치며 생명체의 형태와 행동이 변화되는 모든 과정을 설명하는 근본 법칙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본다. 또한 돌연변이가 진화를 견인한 대표 주자라 생각하는 ‘돌연변이 맹신’과 생명 현상의 모든 것이 진화적 적응의 결과라는 ‘적응주의’ 연구 프로그램의 허점 그리고 진화의 방향성 문제 등 그간 다윈과 진화론을 둘러싸고 벌어진 갑론을박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찰스 다윈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존경을 담은 한 대목. “다윈은 우리 후배 진화 생물학자들을 참으로 맥빠지게 만든다.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걸 발견했다 싶어 흥분하여 그의 책을 뒤적이다 보면, 다분히 포괄적인 표현으로 어딘가 어떤 형태로든 그가 벌써 침을 발라 놓은 걸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다윈의 진화 이론은 이제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교양 지식일 뿐 아니라 첨단 학문분야의 학자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전문지식”이라며 “당신의 미래에 다윈이 함께하길 빈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