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읽읍시다>아이들의 마음으로 쓴 동시 55편

★구두쇠 아빠(강만수 동시집, 석난희 그림 / 연인M&B)= 강만수 시인이 어린이의 마음으로 쓴 동시 55편을 묶은 책이다. 강 시인은 이 시집의 특징을 스스로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입속에서 자신이 마치 가수가 된 듯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둘째, 머릿속에서 붓을 들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된 것 같을 것입니다. 셋째, 시가 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아이들은 이 시집을 통해 동시의 음악성, 회화성을 아름답게 느끼고, 상상력의 세계가 주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을 듯싶다. ‘기린은 목이 길다, 다리도 길다/그림을 그리는데//자꾸만 도화지 밖으로 목을 내밀다가/겅중겅중 밖으로 걸어나갔다//크레파스야 도화지야 불러 줘/다리와 목이 긴 기린을…’.(‘도화지’ 일부)

이 시집은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시편뿐만 아니라 성적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현실을 그린 작품도 실었다. 돈이 없어서 전셋집을 전전하는 가족의 설움을 표현한 시도 있다. 표제작 ‘구두쇠 아빠’는 절약을 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아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엄마가 사다 준/일회용 면도기 한 번 쓴 뒤에//바로 버리기 아까워//수염을 여러 번 깎고 또 깎으시는/우리 아빠//일회용 면도기 아닌/오회용 육회용//열 번 가까이 사용하는/아빠는 구두쇠//용돈 좀 주세요 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압권이다. 구두쇠 아빠에게 돈을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동심이 절묘하게 반영돼 있다.

한옥의 문화·역사 생생한 설명

★이선비, 한옥을 짓다(세계로·이경민 글, 이우창 그림 / 아이세움)= 책 띠지에 적혀 있는 글귀가 눈에 거슬린다. ‘대치동 엄마들이 인정하는 역사논술’. 책을 자랑하기 위한 홍보 문구인데, 논술 사교육을 조장하는 느낌을 준다. 역사논술 전문학원의 강사들이 글을 썼다는 것도 거부감을 준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내용이 워낙 알차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살았을 법한 선비가 임금의 명을 받아 궁궐의 서재를 짓는 이야기를 통해 한옥의 이모저모를 흥미롭게 만날 수 있다. 자연 친화적인 전통 한옥에 깃든 조상들의 지혜를 익히면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보 페이지를 뒀다. 우선 임금이 살았던 다섯 궁궐(창경궁, 창덕궁, 덕수궁, 경복궁, 경희궁)을 살펴보고 그 구조와 각 건물의 쓰임새를 알아본다. 다음으로는 양반들이 살았던 기와집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기후에 따라 다르게 지었던 집 모양에 대해 배운다. 주인공 선비를 따라 한옥 짓는 과정에 동참하고, 옛날과 오늘날 주거 생활의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다.

책에 삽입된 그림의 내용이 풍성해서 이야기를 충실히 뒷받침한다. 색감이 화려한 데다가 등장인물의 표정이 익살스러워서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듯싶다.

한옥을 짓는 공정, 궁궐에서 문무백관이 임금의 명을 받는 장면 등의 그림은 2쪽에 걸쳐 시원하게 펼침으로써 옛사람들의 삶을 생생한 이미지로 되살렸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