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땀의 ‘공연 혹은 다큐’ 발레로 다시 태어나는 채플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댄싱 채플린’은 채플린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 실황이면서 이 공연의 제작기를 면밀히 포착하는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이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면 웃음 뒤에 깨알같이 쏟아낸 채플린의 열정과 노력을 대신 읽을 수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채플린의 분신처럼 고뇌하고 노력하며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영화 ‘쉘 위 댄스’로 유명한 일본 감독 수오 마사유키(周防正行)는 전설적인 안무가 롤랑 프티가 찰리 채플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발레 ‘Charlot Danse avec Nous’를 영화로 만들기로 한다. 1991년 채플린을 소재로 초연된 발레 무대가 영화로 옮겨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있다.

전반부 제작기, 후반부 공연으로 나눠지는 이 영화는 매년 170회 이상의 공연을 통해 찰리 채플린의 새로운 영혼이 된 발레리노 루이지 보니노와 감독의 아내이자 ‘쉘 위 댄스’에서 낯이 익은 발레리나 구사카리 다미요(草刈民代)가 짝으로 출연한다. 제작기에는 첫 연습과정부터 드러나는 긴장감, 의상의 제작과정 등이 상세하게 조명된다. 루이지 보니노는 연습과정에서 만난 인터뷰어로부터 ‘나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계속 웃음으로 피하다 결국 “60세”라고 밝힌다. 이 ‘노장’은 그러나 20대 못지 않는 열정과 젊음으로 어떤 패기의 무용수보다 더 힘차고 정교하게 채플린의 모습을 완성해간다.

발레와 영화의 접점이 모호해, 의견 대립도 만만치 않다. 다른 영역의 예술가들은 작품에 대한 회의가 이어질수록 사사건건 대립하고 이해하지만, 발레 공연에 맞는 채플린을 만들어간다. ‘황금광 시대’, ‘모던 타임즈’, ‘시티 라이트’ 등에서 영감을 받은 발레가 쉼없이 펼쳐지면서도 단순히 무대 공연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탈피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도 함께 이입한다. 이를 테면 경찰관들이 등장해 흥겹게 춤을 추는 챕터인 ‘경찰관들’에선 배경을 무대가 아닌 공원으로 옮기는 시도를 감행한다.

루이지 보니노는 원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채플린의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았지만, 가장 완벽한 채플린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물론 구사카리 다미요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영화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26일 개봉.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