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복지‘과속’은 성장·일자리에 毒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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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연세대 교수·경제학,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최근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어느 정도 선심성 복지공약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히 심각하다. 여야 할 것 없이 복지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그 규모도 지나치기 때문이다. 복지 포퓰리즘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나라 복지 지출이 선진국만큼 충분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경제가 선진화하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국민의 기본생활과 연관된 교육비와 의료비 등에 대한 복지 지출은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복지정책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재원 확보에 대한 계획 없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내놓는 전형적인 복지 포퓰리즘 정책인 것이다.

이렇게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복지 포퓰리즘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먼저, 유동성을 늘어나게 해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복지 지출을 늘릴 경우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복지 지출의 재원은 결국 세수(稅收)에 의해 마련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제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장하지 않는 경제에서 세율만 높일 경우 기업투자와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기는 더욱 침체돼 세수는 늘어나지 않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복지 지출이 늘어날 경우 이는 결국 통화량 증발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것이다.

또한 복지 포퓰리즘은 국가부채를 늘어나게 해서 경제위기를 초래한다. 과도한 복지 지출로 재정적자가 누적돼 국가부채가 증가할 경우 국가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외국자본이 유출돼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반복적으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남미나 최근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미 우리 나라의 국가부채는 공기업부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위험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여기에다 앞으로 복지 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국가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그 외에도 지나친 복지 지출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성장을 정체시킬 수 있다. 과도한 복지 혜택으로 인해 일하지 않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이 비슷하게 된다면 그 누구도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유권자인 국민이 스스로 선심성 공약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복지 혜택을 볼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늘어난 국가부채로 금융위기를 겪어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미래에 조세를 더 많이 부담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시민단체나 언론은 이러한 복지 포퓰리즘을 검증해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과도한 복지 지출 공약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복지 포퓰리즘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유권자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금 체제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복지 포퓰리즘이 먹혀들어가는 것은 아직도 우리의 연금 체제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가 불안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복지 포퓰리즘에 현혹되기 쉽다.

한국경제는 선진화하고 또한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큰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財源)으로 그동안 미흡했던 복지를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복지 지출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와 교육 및 의료부문에 한정해야 한다. 그리고 노약자 및 병약자와 같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최상의 복지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