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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3월 30일(金)
조선 왕과 실학자들 학문 토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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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홍대용,생각을 겨루다 / 김도환 지음 / 책세상

조선시대 왕은 경연에서 신하들과 함께 공부했다. 세자 시절의 공부는 서연이었다. 세자들은 네 살 때 ‘효경’ ‘소학초략’을 시작으로 왕세손에 봉해진 뒤 ‘소학’ ‘논어’ 및 경서 위주로 읽다가, 열 살부터 역사책을, 열일곱 무렵 ‘성학집요’ 등을 읽으며 하루 세 번의 서연에서 세 종류의 책을 병행해 읽었다.

이 책은 정조가 세손 시절 서연에서 학자들과 주고받은 문답을 통해 당대 지성인들의 학문과 사유의 흔적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실학자 홍대용(1731~1783)이 1774년 12월부터 1775년 8월까지 9개월 동안 서연에서 정조와 나눈 문답을 기록한 ‘계방일기’를 완역했다. 대화 형식의 ‘계방일기’ 외에 ‘승정원일기’ ‘영조실록’ ‘정조실록’ 및 홍대용의 글과 관련 문집을 참고해 조선시대 문예부흥기를 이끈 정조의 세손 시절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노론의 맥을 잇는 정통 유학자인 홍대용은 영·정조 시기에 천문학,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거문고 연주자로도 유명했다. 그는 명문가의 후예지만 관직 진출보다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실용학문을 추구한 실학자였다.

세손 시절의 정조와 홍대용은 탐색전 같은 첫 대면 이후 서연에서 만남을 통해 이해가 깊어졌고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1775년 3월29일 서연에서 세손은 청나라를 다녀온 홍대용에게 화폐 소금 쇠 등 사회에 유통되는 재화를 비롯해 여행용 옷차림부터 베이징(北京)의 서점, 인재 등에 대해 물었다.

홍대용의 답변은 청나라에선 상업과 농업이 고르게 행해지고 있으며, 강희제가 훌륭한 황제였고 군주의 검소함이 국가의 흥망성쇠와 관련된다는 등 사회 분위기와 달리 청나라와의 교류 확대 등을 일깨우는 식이다.

세손은 호기심 많은 학생처럼 학문과 세상사에 대한 물음을 던졌고, 학문이 깊던 홍대용은 세손에게 큰 뜻을 파악하고 실천하는 것을 중시하는 학문의 자세를 일깨우기도 했다. 군신 간의 예의를 갖추되, 주제에 따라 서로 공방을 펼치는 현장 분위기도 생생하게 묘사된다. ‘계방일기’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영조, 송시열, 홍국영, 박지원 및 홍대용이 청나라 여행 중 알게 된 중국 선비까지 다양한 인물군상과 더불어 영·정조 시대의 역사가 보다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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