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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4월 06일(金)
불멸의 헬라세포 美의학 발전 원동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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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삶 / 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 김정부 옮김 / 문학동네

헨리에타 랙스(1920~1951·사진)는 미국 남부에서 담배농사를 짓던 흑인여성이다. 다섯 남매의 어머니인 그는 자궁경부암으로 31세에 요절했다. 그의 생은 짧았지만 그의 세포는 연구실 실험에서 무한증식하며 사후 60년이 지난 지금도 불멸의 ‘헬라(Hela)’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다.

랙스의 자궁경부 조직에서 떼내 배양한 헬라는 의학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불멸의 세포주로 불리며 의학혁명과 인간의 수명 연장에 기여했다. 소아마비백신, 항암화학치료부터 복제, 유전자 지도, 체외수정 등 의학 발전의 현장에는 헬라세포가 있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실험용으로 헬라세포는 우주선에도 동승했다. 증식한 세포의 양은 5000만t이 넘고,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세 바퀴 돌 정도다. 암을 유발하고, 억제하는 유전자 연구부터 각종 질병치료제 개발에 이르기까지, 헬라세포는 과학 연구에서 실험용 쥐에 버금가는 존재였다.

이 책은 미국인 여성저술가가 치열한 취재과정을 거쳐 재구성한 흑인여성의 전기다. 세포연구 등 딱딱한 과학 의학분야의 소재를 일반인도 다가서기 쉽도록 흥미롭게 풀어냈다.

저자는 여고시절 계절학기에서 우연히 ‘영원히 죽지 않는 헬라세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세포와 그 세포의 주인공에 대한 관심으로 10년여 직계 가족부터 친지, 헬라세포 연구 관계자까지 수소문했다. 막내딸 데버라를 비롯한 가족 인터뷰를 통해 세포연구 이면, 의료에서 흑인 차별, 비윤리적 실험 같은 인권 침해 사실까지 들춰낸다.

“내 어머니 세포를 가져가고, 어머니에게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가 의학 발전에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했다지만 자식들이 의료보험조차 없이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딸 데버라가 제기하는 의문을 좇으며, 저자는 헬라세포 후손의 삶을 전한다. 돈을 위해 존스홉킨스병원의 말라리아 실험에 자원했던 아들, 흑인 정신병원에서 쓸쓸히 죽어간 딸 등. 의학 연구에서 헬라세포의 지대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의료에서조차 소외돼온 후손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랙스의 삶과 더불어 헬라세포에서 과학, 연구의 윤리 및 인종, 계급에 대한 논쟁을 일깨운다. 에필로그에선 인체로부터 채취한 조직의 소유권 문제, 세포연구를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쟁의 문제도 제기한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미국 의학연구의 뿌리 깊은 불의를 폭로하는 책”으로 지목한 이책, 미국서 오프라 윈프리 제작으로 영화화되고 있단다. 오프라 윈프리가 출연한 1985년 영화 ‘칼러 퍼플’ 속 흑인차별 문제가 의학 과학연구에도 그늘을 드러내고 있음을 생생하게 전하는 기록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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