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9.20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4월 06일(金)
인간은 자연의 파괴자 아닌 ‘영원한 동반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자연과 권력 / 요아힘 라트카우 지음, 이영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환경사(史)로 파악한 세계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환경사란 다름 아닌 인간과 자연의 관계, 즉 환경의 역사를 말한다.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여 자연과 갈등을 일으키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살피고 있다. 저자는 초반부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정녕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자연에 해로운 암적 존재인가’, ‘오늘날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자연,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태곳적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답부터 미리 밝히자면,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과 갈등을 빚어온 역사는 먼 옛날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로 지속돼온 문제라고 말한다. 인간은 때로는 지속가능한 조화를 약속하면서, 때로는 되돌리기 힘든 파괴적인 방식으로 자연에 영향을 미쳐 왔다. 인간이 환경에 끼쳐온 악영향만을 고려하며 태곳적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결국 아무런 전망도 제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과제, 즉 환경 보호와 관리를 무시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인간과 환경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파악, 균형 잡힌 시선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과 자연이 원초적으로 공존했던 시대, 환경 문제가 가정과 마을 공동체의 틀 안에서 발생하고 해결됐던 자급 경제의 시대에서부터 자연 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자원이 곧 통치 권력의 기반이 되었던 시대, 그리고 근대 환경 의식을 탄생시킨 식민주의 시대를 거쳐 산업화, 자본주의의 발달로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 정책이 전 지구적 관심사가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했던 인간과 환경 간의 관계를 6개 장에 걸쳐 다루고 있다.

그 방대한 내용을 모두 다 소개할 수는 없으니 20세기의 상황만을 살펴보자. 현대는 100만년에 걸쳐 형성된 화석 에너지원이 1년 만에 소비되는 시대이며, 퇴비 부족이 아니라 화학 비료 과잉의 시대이고, 잡초와 해충이 아니라 제초제와 살충제가 문제인 시대다. 기술화, 화학화된 농업은 자급자족의 규모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대기업화되면서 사회 권력구조의 영향에 직접 노출돼 있다. 화석 연료의 유한성에 대한 불안은 대규모 수력 발전과 핵 발전소를 대안으로 내놓았으나 이 역시 전례 없는 규모의 문제를 낳았다.

결국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해결책이 더 큰 문제를 낳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생태 의식도 크게 성장해 지속가능성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 저자는 대양과 대기와 같은 지구 공유 자산이 보호되려면 전 세계적인 강력한 기관이 필요하지만, 그런 기관의 관철력 그리고 전 지구적인 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환경 정책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저자는 지구를 하나의 단일한 생태계로 파악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작은 생태 시스템들의 집합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인간과 자연의 구체적인 공생 관계는 언제나 소규모 단위에서 이뤄지며 통제와 자율의 조심스러운 공존을 통해 가장 잘 기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환경사는 계획되지 않은 것, 예측되지 않은 것들의 역사’이므로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생태 예비분’을 유지하며 예측 불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역사가가 현실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공로는 역사를 처음부터 요구와 강령에 따라 재단하지 않고, 선입견 없이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 관계라는 장구한 역사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재구성하려고 시도하는 일”이라고 스스로 다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그 같은 각오를 충분히 실현하고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이근 대위 “UDT 상상못할 지옥훈련 다반사…저도 모르게..
▶ 의사당서 나체사진 보다가 딱 걸린 의원… “함정이다”
▶ “뇌출혈 아들은 3차례 병가청원 묵살…고위직 아들이면 다..
▶ 秋아들 당직사병, 온라인서 인신공격 테러 당해
▶ 재난지원금 28~29일 1차 지급…“대상자에 안내문자 발송..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된..
아파트 거래 최악인데… 전세도 매매..
트럼프 “틱톡-오라클 합의 승인하겠다..
“선원이 왜 모자라지?”…어선 냉동고..
의사당서 나체사진 보다가 딱 걸린 의..
topnew_title
topnews_photo 특고·프리랜서 지원금 24~29일 사이…소상공인은 28일돌봄지원금 추석전 대부분 지급…“문자 받고 즉시 신청해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mark“뇌출혈 아들은 3차례 병가청원 묵살…고위직 아들이면 다냐”
mark秋아들 당직사병, 온라인서 인신공격 테러 당해
“코로나 벌금 대신 낼 후원자 있어”…감리교 목사 ..
[속보]신규확진 82명, 38일만에 첫 두자릿수…수도..
‘헤이워드 복귀’ NBA 보스턴, 마이애미에 2패 뒤 첫..
line
special news 류현진, 5회 집중타에 2실점… 시즌 2패·팀 6연패
필라델피아전서 6이닝 2실점 QS…5회 허용한 5안타가 ‘옥에 티’팀을 연패 수렁에서 구출하라는 특명을 안..

line
경찰, 철원 통해 월북 시도한 탈북민 30대 남성 구..
“기업 10곳 중 6곳 추석 상여금 지급…작년보다 줄..
흉기에 찔리고도 “컵에 맞았다”며 계부 감싼 의붓딸
photo_news
김광현, 피츠버그전 5⅓이닝 4실점…패전은 모..
photo_news
제시·이근·박세리·광희, 유튜브에도 방송에도 ..
line
[M 인터뷰]
illust
이근 대위 “UDT 상상못할 지옥훈련 다반사…저도 모르게 방송..
[김선규의 사람풍경]
illust
슬픔 삼키며 불고 또 불고… 영혼 위로하는 색소폰
topnew_title
number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된 이유…“춤..
아파트 거래 최악인데… 전세도 매매도 가격..
트럼프 “틱톡-오라클 합의 승인하겠다…환상..
“선원이 왜 모자라지?”…어선 냉동고에 시신..
hot_photo
RBW, 콘텐츠 융합형 브랜딩 캠페..
hot_photo
딘딘 “2주 정도 사겼다” 폭로…조..
hot_photo
전직 모델 “트럼프가 혀를”… 또..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