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1만년전 환경에 맞춰진 인간 유전자

문명이 낯선 인간 / 피터 글루크먼·마크 핸슨 지음, 김명주 옮김 / 공존

현대 사회는 병들어 있다.

특히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이’인 청소년들의 급증하는 일탈 행위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는 비만과 성인병 문제도 심각하다. 아울러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하게 살지 못하는 노인층 역시 급격히 늘고 있다.

저자들은 이 같은 문제들의 근본 원인을 ‘미스 매치(Miss Match·어긋남)’에서 찾고 있다. 이에 따르면 청소년 일탈행위의 급증은 우리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는 반면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서 생겨난 ‘성숙의 어긋남’으로 볼 수 있다.

또 폐경과 노년의 문제들은 길어진 수명으로 인한 어긋남의 결과로 설명된다. 즉 현대의 문명병과 각종 사회 문제는 인간의 환경 변화 속도와 생물학적 적응 속도 간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인간의 유전자는 거의 1만년 전 환경에 맞춰 선택된 것들이라서 어머니 배 속에서 발생 초기에 주변 환경과의 맞물림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여기에 인간이 환경을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시켜서 자신의 적응 능력을 벗어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