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병원 검사실에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고혈압에는 ‘절반의 법칙’이 있다. 고혈압 환자 중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절반, 환자로 진단받은 뒤 치료를 받는 경우가 또 절반,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 실제 제대로 혈압을 조절하는 경우가 또 다시 절반이라는 일반적인 환자들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결국 전체 고혈압 환자 10명 중 1∼2명 정도만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고혈압을 이렇게 그대로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강동경희대병원 환자인 전모(57) 씨는 40대 후반에 회사의 정기검진에서 고혈압을 확인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는 부담 때문에 치료하지 않다가 2007년 갑자기 뇌졸중으로 반신불구가 돼 버렸다.
최근 차기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를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병원에서 만나 고혈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김 교수는 “고혈압 치료를 강조하는 많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료를 거부하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무런 신호 없이 큰 병에 걸릴 수 있으니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 석학 1만여 명이 참여하는 세계고혈압학회의 2016년 서울 개최까지 이끌어 온 고혈압의 명의다.
―어떤 상태를 고혈압이라 부르나.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혈압(최고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확장기혈압(최저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다만 고령자의 경우 혈관이 딱딱해져 저항이 세지기 때문에 수축기혈압은 올라가도 확장기혈압은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 확장기혈압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은 원인 질환이 밝혀져 있는 경우 ‘이차성 고혈압’, 그렇지 않은 경우 ‘본태성(일차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95%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가장 적당한 혈압은 120/80㎜Hg 이하이다.”
―혈압 측정은 어떻게 하나.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상태에서 혈압을 재야 한다. 담배를 피웠거나 커피를 마신 뒤에는 30분 이상 쉬어야 한다. 팔 높이는 심장 높이로 연속 3번 측정해 평균값을 내야 한다. 첫 번째 측정치는 심리적 불안 때문에 다소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압은 하루 중 아침에 가장 높다. 따라서 혈압은 아침에 측정해야 의미가 있다.”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다음 단계는.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우선 자신의 심장과 혈관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 검사실 검사(빈혈, 혈당, 고지혈증, 신장기능, 소변 검사 등)뿐만 아니라 심전도, 심장초음파, 동맥초음파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고혈압의 합병증으로는 무엇이 있나.
“고혈압은 압력 그 자체에 의해 혈관이 터지는 경우와 동맥경화를 촉진해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압력으로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나 중풍에 이를 수 있고, 심장에 부담을 주면 심장이 펌프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부전증에 빠질 수도 있다. 콩팥에 영향을 줘 만성신부전증이 올 수도 있으며 눈 혈관이 터지면 실명할 수도 있다. 고혈압이 동맥경화를 일으켜 혈관 안쪽이 좁아지고, 결국 막힐 수 있다. 심장 근육에 혈액이 잘 가지 못하면 협심증이 나타나고, 심근경색에 이를 수도 있다. 심근경색 환자 3명 중 1명은 급사한다. 뇌혈관은 동맥경화증에 의해 뇌졸중(중풍)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다리로 내려가는 혈관이 막히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고, 생활습관 보정이 병행돼야 한다. 젊은이의 경우 수축기혈압이 150㎜Hg 정도면 경도의 고혈압이라 하는데, 일단 약물 투여를 하지 않고 생활습관 교정에 일정시간을 쓴다. 50대 이상은 정도에 관계 없이 약을 처방한다. ‘160/100㎜Hg’ 이상일 때는 중증이라 보고 바로 약물 치료에 들어간다. 중증의 경우 한 가지 약으로만 처방하지 않고 두 가지 이상 섞어 쓰는 ‘병합요법’을 쓴다. 혈압약은 종류가 워낙 다양해 그룹만도 6가지다. 과거엔 1개 약재를 써 최대용량까지 늘리다 효과가 없으면 다른 약재로 바꾸곤 했는데, 한 약재를 최대용량까지 쓸 경우 혈압 강하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적은 용량으로 여러 종류의 약재 조합만 잘 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약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약을 아무리 써도 안 되는 저항성 고혈압이 있다. 이런 경우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교감신경계 작용을 감소시켜 혈압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차단술을 쓸 수 있다. 환자의 사타구니로 고주파를 발생하는 장치가 연결된 카테터를 넣어 신장동맥의 신장과 뇌를 잇는 ‘신장신경’을 고주파 충격으로 차단시키는 방법이다. 부분 마취로 진행하기 때문에 시술 시간은 1시간 이내다. 현재 강동경희대병원을 포함해 전국 10여개 센터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혈압의 원인이 워낙 많기 때문에 원인 처방을 하기 어렵고 결국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시력이 나쁘면 안경으로 교정하듯 고혈압도 계속 조절하면 되는 병이다. 혈압만 낮춰도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반면 치료를 등한시하면 치명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방치해선 안 된다. 30~40대는 고혈압 치료를 등한시해 치료율이 낮다. 나이가 들면 합병증이 신호 없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으니 빨리 치료해야 한다. 고혈압 약은 부작용을 최소화해 평생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어떤 약보다도 안전하다. 약이라 생각 말고 일과처럼 하루에 한 번 먹는다는 생각으로 의사 처방에 따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합병증 없는 단순 고혈압은 1차기관에서 진료 받아도 괜찮지만, 합병증이 있거나 중증인 경우는 2차기관을 찾는 게 더 낫다.”
음성원 기자 e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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