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지도 장악한 자, 세상 지배했다

고지도의 매력과 유혹 / 김혜정 지음 / 태학사

“세상을 지배한 자들은 먼저 지도를 장악했다.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도는 땅의 생김새뿐 아니라 당대인들의 세계관까지도 보여 준다. 가령 세계 지도에는 그 안에 세계에 대한 인식이 투영돼 있다.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가 객관적 실재로서의 세계가 아니라 인식된 세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식된 세계가 표현된 세계 지도는 당대의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텍스트인 것이다. 책엔 재일교포 사회사업가로 혜정박물관장인 저자의 고지도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저자가 40여 년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자료를 기증해 만들어진 혜정박물관은 고지도 전문 박물관으로, 11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와 지도첩을 비롯한 고지도 관련 사료 및 문헌 등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책은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고지도에 얽힌 사연과 의미는 물론, 서양인의 시선을 통해 본 우리나라의 모습에서 동해와 관련된 논문까지 담았다. 그를 매혹시킨 수많은 지도를 만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도를 알아야 세계가 보인다’는 책의 부제처럼 지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