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네트워크 사회… 인간관계는 ‘퇴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이정학 기자

외로워지는 사람들 /셰리 터클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

최근 목격한 충격적(?)인 장면 하나. 치킨 가게 앞 길가에 내놓은 간이식탁에서 젊은 남녀 두 명이 맥주와 치킨을 시켜놓고 마주 앉아 있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의 눈길은 상대방이 아닌 각자의 아래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문자질’을 하고 있었던 것. 연인인 것처럼 보이는 두 남녀가 마주 앉아 서로 전혀 개의치 않고 또 다른 사람과 문자 메시지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한편으론 신기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그로테스크하게 다가왔다. 저들은 왜 서로 마주앉아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 같은 장면은 이제 결코 충격적이거나 신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히 목격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이나 친구들과의 회식 장소, 심지어 부서 회의 시간에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업무의 효율성을 떠나 사람 간의 관계가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은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상황을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그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책의 원제는 ‘다함께 홀로(Alone Together)’.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다중 속에서 정작 각 개인은 홀로 남겨졌음을 말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네트워크화-친밀함 속 새로운 고독’은 우리의 자아를 재구성하는 온라인 삶에 눈을 돌린다. 2부 ‘로봇시대-고독 속 새로운 친교’는 아이들의 놀이방에 있는 사교로봇에서부터 실험실의 더 진보된 로봇이나 노인 요양을 위해 개발·활용되고 있는 로봇 등을 분석한다.

우선 ‘네트워크화’의 측면을 살펴보자.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접속한다. ‘언제나 작동중’인 네트워크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화는 우리를 ‘새로운 자아 상태’로 다가가게 하고, 인간 관계를 단순화시킨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페이스북의 프로필이나 세컨드 라이프의 아바타 꾸미기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이 실제와 다른 자신을 ‘연기’하고 있음을 읽어낸다. 이러한 연기가 위험한 이유는 온라인 삶을 위해 작성한 내용과 자기 모습을 혼동하면서 진짜 나를 잃어버릴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삶’이 진실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네트워크화는 또한 우리의 인간관계를 단순화한다. 효율성을 이유로, 혹은 피하고 싶은 상대와 대화하지 않으면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화 대신 e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서로에게서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문제는 문자와 e메일을 통한 의사 전달이 서로의 감정을 ‘축약’시킬 뿐만 아니라 상대를 ‘처리해야 할 물건’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네트워크화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한 저자는 이제 곧 우리에게 새로운 친교의 대상이 될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파고든다. 놀라운 점은 사람들이 이미 로봇을 생명체로 여기기 시작했으며, 로봇의 존재를 ‘없는 것보다는 낫다’에서 ‘어떤 것보다도 낫다’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놀이방에서부터 요양원에 이르기까지 로봇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로봇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물론 미국 상황이다).

저자가 요양원에서 만난 72세의 할머니는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사교로봇을 어루만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래, 너도 슬프지? 사는 게 원래 힘든 거란다.” 로봇에게 하소연하는 할머니는 로봇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로봇을 친구로 여길 경우 제일 먼저 잃게 되는 것은 타자성, 즉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능력이다. ‘요구 없는 로봇’과의 교제에 익숙해지면 사람들과의 삶이 몹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저자는 네트워크화와 로봇을 통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접촉하는 행위의 대체물을 테크놀로지가 제공할 때 우리는 어떻게 변하느냐’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네트워크화된 공간에서 사람은 사물 취급하면서 기계에 지나지 않은 로봇은 생명체로 여기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새로운 틈새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더 많은 테크놀로지로 그 틈새를 메우려고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 인간의 나약함은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져만 간다. 테크놀로지는 확대되고 발전하는데 우리의 감성적 삶은 점점 더 무너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테크놀로지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테크놀로지를 빚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킬 뿐이다.

저자는 “매혹적인 테크놀로지를 우리 목적에 부합시키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 첫걸음으로 ‘동료와 대화하며 복도 걸어가기’, ‘식사 자리나 놀이터나 차 안, 사람들 앞에서 휴대전화 사용 안 하기’ 등 에티켓을 되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쎄, 그 정도로 이 도도한 물결을 되돌릴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