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점점 더 기계를 닮아가는 인간들

가장 인간적인 인간 /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 수요일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암호 해독가인 앨런 튜링(1912~1954)은 1950년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를 측정하기 위해 질문자가 인간과 기계를 상대로 서로 볼 수 없는 조건에서 문자로 각각 대화를 주고받는 모방게임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1990년 케임브리지 행동연구센터와 협약을 맺은 휴 뢰브너의 후원으로 실현돼 튜링의 모방게임 제안에 기초한 튜링 테스트를 실시하는 뢰브너 상 대회가 매년 열리게 됐다. 뢰브너 상 대회는 인간 연합군과 컴퓨터 프로그램들로 두 편을 나눈 뒤 심사위원들의 튜링 테스트 결과 실제 인간임을 확신시킨 연합군의 일원과 실제 인간으로 착각하도록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선정, 각각 ‘가장 인간적인 인간’과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라는 상을 수여해 왔다.

지난 2009년 뢰브너 상 대회에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가해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뽑힌 저자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대화 로봇들이 모방게임에서 종종 승리하는 이유가 로봇들이 점점 더 인간을 닮아 가기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인간이 점점 더 기계를 닮아 가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됐다.

미 브라운대에서 컴퓨터과학과 철학을 복수전공하고 과학과 철학 분야의 논픽션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책에서 오늘날을 인간이 컴퓨터, 즉 기계를 닮아 가고 있는 시대라고 규정한 뒤 이 같은 현대인의 존재 조건 속에서 참된 인간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