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나는 그곳에서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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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걸어라 / 김영재 지음 / 책만드는 집
게으른 산행2 / 우종영 지음 / 휴

‘걸으며 떠내려가는 어둠을 바라보자/ 걸으며 나를 찾아 떠나는 나를 바라보자/ 너그러운 마음이 슬그머니 동행을 하고/ 흔들리는 두팔이 나를 앞세우니/ 외로우면 걸어라’(‘외로우면 걸어라’中, 성수자)

10㎞ 남짓. 차를 타고 달리면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걷는다면, 또 그곳이 산길이라면 대 여섯 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걷는다. ‘도착’이 목적은 아니다.

앞으로만 달려가라고 등을 떠미는 현대의 삶 속에서 정작 주체가 돼야 할 ‘나’의 행복은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걷기를 통해 길과 내가 만나는 속에 ‘참 나와 소통하는 시간’이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시간’이 있다. ‘외로우면 걸어라―혼자 떠나는 걷고 싶은 옛길’과 ‘게으른 산행2’의 저자들도 결코 도착을 위해 걷지 않는다. 두 저자는 걸으면서 각각 ‘소통’하고 ‘만끽’한다.

‘외로우면 걸어라’의 저자는 역사가 서려있는 옛길을 걸으며 사람과 인생의 길을 음미한다. 나와 소통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강진 다산초당을 걸으며 이렇게 쓴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도 모습이 바뀌듯 동백나무의 모습이 다양하다. 울퉁불퉁한 근육하며, 상처 난 부위를 이겨낸 기형적인 모습까지 심란한 세월을 겪어온 듯하다. 다산의 한 시절 생애를 떠올리게 한다. 나도 심산해진다”고. 길위에서 자연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다시 삶이 된다.

책은 시인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다. 시 전문 잡지 ‘현대시학’에 2년 간 문경 하늘재를 비롯, 영주 죽령, 고창 질마재 등 옛길 22곳을 걸으며 연재했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새롭게 꾸몄다.

‘게으른 산행2’의 저자는 결코 게으르지 않은 산행을 한다. 나무의 꽃과 잎은 물론 뿌리와 줄기, 표피까지도 찬찬히 살피며 걷는다. 책에는 저자가 만든 우리 숲 나무지도가 들어있다. 산에 사는 나무들과 인사하며 직접 그려넣은 나무 서식도다. 게으른 산행의 성과다. 숲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생명이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아이들은 숲에서 커야 하며 어른들도 숲에서 치유받아야 한다. 저자는 한라산을 오른 뒤 자문한다. “사람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사람의 영혼을 키운다고 한다. 이런 숲에서 후손들도 영혼의 불로초를 캘 수 있게 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2004년 나온 ‘게으른 산행’의 후속작이다. 제주에서 울릉도까지 남부권 18곳의 숲길이 생생하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