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안전 위해 ‘최악의 지옥’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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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내구성과 성능 등을 시험하는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주행장 전경. 현대자동차 제공

‘영하 40도가 넘는 혹한과 표면을 태울 듯한 뜨거운 햇볕, 뼈대 마디마디가 끊어질 듯한 뒤틀림….’

이곳은 지옥이다. 쇠를 녹여 내는 소금 수증기 속에서 5개월을 버텼다. 이젠 일반 도로보다 충격이 100배나 더한 돌길을 쉬지 않고 3주를 돌아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

차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혹독한 여러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바로 경기 화성시 장덕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남양연구소 내구성능개발실이다. 이곳은 신차들에게 지옥이자, 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다.

2008년 9월 현대차 제네시스도 이런 지옥을 통과한 뒤 미국으로 수출됐다. 그리고 3년6개월이 지난 2012년 2월, 제네시스는 한국 차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미국 제이디파워(J D Power)사가 실시한 내구품질조사(VDS)에서 고급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품질은 뛰어나지만 내구성은 떨어진다는 현대차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은 쾌거였다.

제네시스는 평가에서 81점을 기록해 벤츠E클래스(83점), BMW 5시리즈(121점)를 누르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제이디파워 조사는 구매 후 3년이 지난 차량을 대상으로 엔진, 변속기, 주행, 조향 등의 202개 세부 항목에 대해 차량 100대당 소비자들의 불만을 점수화한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대운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차가 견뎌 낼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조건을 통과한 현대·기아차는 세계 어느 차량과 비교해도 내구성에서 뒤지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 놓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차량 내구성은 크게 4가지 방법으로 검사한다. 첫째가 벨지안(Belgian) 내구성 시험이다. 주행 안전성의 핵심인 현가계 부품 및 차체의 주요 골격강성부의 내구력을 검증하는 이 시험은 돌길 위를 쉬지 않고 3주 동안 도는 시험이다. 돌길이 많은 벨기에 도로와 같은 데서 시험한다고 해서 ‘벨지안’이란 이름을 얻었다.

벨지안 도로는 사람이 운전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진동과 흔들림이 심해 대부분 무인 차량이 계측기기를 달고 주행한다. 이 돌길을 그랜저를 타고 주행해 봤다. 옆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진동과 흔들림이 심했고, 멀미와 어지러움까지 겹쳐 곧바로 운행을 중단해야 했다.

벨지안 도로 시험은 대당 가격이 40억 원에 달하는 로드 시뮬레이터를 통해 진행되기도 한다. 시험이 끝난 뒤 뼈대의 볼트가 풀리거나 엔진룸, 현가 장치에 이상이 발견되면 원인을 찾아 해결한 뒤 다시 시험에 들어간다. 그다음은 전 세계 모든 도로의 악조건을 만들어 놓은 크로스컨트리 도로를 달리는 시험이다. 비포장 도로, 파손 도로, 선회로 등 20여 개 이상의 다양한 노면으로 구성된 도로에서 속도와 조향, 급제동시 내구성을 평가한다. 이 시험은 전문 운전자 3명이 번갈아 가며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주행로를 달린다.

차량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파워트레인 내구성 시험은 옆벽을 따라 도는 듯한 고속주행로에서 시속 220㎞ 이상으로 달리면서 차량의 문제점이 발견되는지를 점검한다.

부식 내구성 시험은 소금기가 가득한 수증기 속에 차량을 5개월 이상 놓아 두고 부식 여부를 살펴본다. 플라스틱 부품의 경우 백화현상 등을 점검하기 위해 물속에 넣었다가 빛을 쐬어 주는 시험을 반복한다.

성 책임연구원은 “최근에는 오래된 차량의 소리와 진동이 심해지고 내장재나 시트가 마모되며 색깔이 변하는 문제와 같이 고객이 감성적으로 느끼는 내구성 문제를 개선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 =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