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인간의 도덕성과 풍·흉년의 관계는?

선악의 경제학 / 토마스 세들라체크 지음, 노은아·김찬별 옮김 / 북하이브

경제학자가 쓴 책이지만 서문부터 ‘시’와 ‘신화’가 등장한다. 경제학을 문화적 현상이자 문명의 산물로 보는 저자의 믿음 때문이다. 저자는 “아무리 복잡한 수학적 모델도 우리 주위의 세계를 이성적으로 포착하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사실상의 이야기이자 우화”라고 말한다.

책은 기원전 2000년 무렵에 쓰인 인류 최고(最古) 문학 작품 ‘길가메시 서사시’로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감정이 노동력에 미치는 영향, 노동력의 포괄적인 분배 등 현재 경제학의 화두가 이 서사시 속 도시 건설 이야기에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구약성서의 내용에도 눈을 돌린다. ‘요셉의 꿈과 파라오 이야기’에서 요셉은 파라오의 꿈에 등장한 살찐 암소와 마른 암소가 풍년과 흉년을 예언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케인스의 경기순환 정책을 떠올린다. 또 풍년과 흉년이 인간의 도덕성을 따른다는 고대인의 믿음에서 “선은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접근하고 이것이야말로 경제학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 주제가 됐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결론은, 현대 주류 경제학이 이 같은 질문을 무시하고 자연과학을 신봉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학자들에게 도덕적 질문을 던지는 경제학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