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선진국의 ‘칼로리 떠넘기기’ 음모

강요된 비만 / 프란시스 들프슈 외 지음 부희령 옮김 / 거름

우리는 국민소득이 높고 먹을거리가 풍족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비만이 되기 쉽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사실은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가의 비만 인구가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 예전처럼 여러 가지 음식을 제대로 먹는 것보다 열량 높고, 소금·설탕이 많이 든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싼 식품 판매의 메커니즘에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농산물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 설탕, 곡물, 동물성 기름을 처분할 길이 없어졌다. 해답은 수출이었다. 이를 수입한 빈곤국가에서 가공식품은 중산층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가고, 마침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보건영양학의 세계적 전문가인 저자들은 비만이 개인의 책임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먹을거리를 생산·판매·소비하는 패턴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비만과 식품산업, 비만과 빈곤, 비만과 환경문제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올바르게 깨달아야만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비만의 원인을 개인적 폭식과 게으름, 의지박약과 노력 부족에서만 찾기 힘든 이유다. 우리는 ‘더 많이 먹고 동시에 운동은 덜하라’고 설득하는 노동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