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사면초가 노다 총리 ‘우경화 도박’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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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정부와 일본 정치의 운명은 섣부른 예측을 거부하고 있다.

빠르면 10월 총선이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노다 총리의 리더십, 집권 민주당내 친-반 노다 노선, 자민당의 대정부 압박 수위 등 주요 변수들이 모두 가변적인 데다 서로 물리고 물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다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관철한 뒤 정계 개편이 빠르게 전개되던 중에 독도와 센카쿠(尖閣)열도(釣漁島·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터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장기불황,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깊은 사회 불안과 강한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결합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수 우경화되던 중에 영토분쟁이 벌어지면서 정치인과 여야에게 모두 위기이자 기회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는 이 모든 변수들을 잘 이끌고 민주당 대표 경선을 거쳐 총선에서 민주당을 이끌 것인가, 민주당은 현재 예측대로 집권 3년 만에 아무 성과 없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인가, 그렇다면 차기 정권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일본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 국내외 상황을 볼 때 노다 정부 이후 들어설 정권은 현재보다 더 불안정하고, 더 극우적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노다 총리의 운명 = 노다 총리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시험대는 9월21일에 실시될 민주당 대표 경선이다. 노다 총리는 지난해 8월 동일본 대지진 수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한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탓에 취임 1년 만에 다시 당대표 경선에 나서게 됐다.

현재로서는 노다 총리의 재선이 유력하다. 당내 핵심 계파인 료운카이(凌雲會) 소속이자 당내에서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정조회장이 지난달 노다 지지를 밝혔다. 차세대 총리 후보감으로 꼽히는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불출마 의사를 밝혀 뚜렷한 경쟁상대도 없다. 지난 7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민주당 중·참의원 340명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70%가 대표 경선에서 노다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노다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진흙 속 미꾸라지처럼 열심히 일하겠다”며 ‘미꾸라지 정치인’으로 출발한 뒤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세 인상을 만들어 내면서 ‘뚝심의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당내 비판, 반대파의 탈당은 물론 자민당에 소비세 인상 관련법에 협조하는 대신 조기 총선을 약속하는 양보 끝에 이를 통과시켰다. 이에 소비세 인상에 대한 찬반 입장과 관계 없이 “하는 일도 없고, 안 하는 일도 없는” 기존 총리와는 다른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평가받았다.

일본 총리는 1년여 만에 바뀌는 ‘단명 총리’라는 국내외 비판도 노다 재선 움직임에 일조했다. 게다가 소비세 인상에 반대하던 최대 계파 수장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 전 민주당 대표가 일부 계파 의원을 이끌고 탈당, 신당을 창당하면서 당내 반대 그룹도 적당히 정리됐다.

문제는 야당의 공세와 당내 미묘한 기류 변화다. 소비세 인상법에 협조하는 대신 노다 총리로부터 ‘빠른 시일내 조기 총선 실시’를 약속 받은 자민당은 총선 일정을 당기기 위해 총리문책결의안과 내각불신임안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자민당은 29일 참의원에서 총리문책결의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정기국회 회기(9월8일) 안에서 민주당을 압박해 중의원 해산-조기총선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자민당은 이를 위해 노다 내각이 최근 독도와 센카쿠 열도 분쟁에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점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로 자민당이 제출하면 가결이 확실시된다. 문책결의안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가결 후 야당이 법안 심의를 거부하면 국회가 마비된다. 이 경우 대표 경선 자체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도 의문인 데다가 민주당 내에서는 문책결의안이 통과되면 국회가 마비되는 만큼 대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권의 운명 = 노다 총리가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구체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23일 일본 언론들은 노다 총리가 11월 초에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야당에 제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노다 총리가 지난 8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와 만나 중의원 선거 이전에는 2013년도 예산안을 짜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이 경우 총선은 11월4일이나 11일 실시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야당은 현재 정기국회 회기 안에 중의원을 해산해야 한다며 노다 총리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노다 총리가 이번 국회 회기 안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10월7일에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자민당은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바닥이라는 점에서 가능한 한 빨리 총선을 실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가능한 한 총선 일정을 뒤로 미뤄 지지율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노다 총리에겐 영토·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보수적 색채를 드러낼 수 있는 영토분쟁이 벌어졌다는 점도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 정권의 총선 전망은 어둡다. 지난 16일 지지통신 여론조사 결과, 노다 내각 지지율은 19.8%로 출범 이후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에서 지지율 20%는 그 아래로 떨어지면 정권을 내주게 되는 마지노선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이 20% 초반대로 1위를, 민주당은 10% 초반대로 3위다. 2위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감 후보 1위로 꼽히며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이 이끄는 오사카 유신회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는 하시모토의 오사카 유신회의 돌풍으로 기존의 민주- 자민의 양당체제가 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이번 선거에 400명의 후보를 출마시켜, 200명을 당선시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 중 무당파가 50%로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단독 정권을 구성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관건은 누가 무당파 마음을 얼마만큼 가져갈 것인가로 민주-자민 연정, 자민-오사카 유신회 연정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