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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07일(金)
‘조선왕조 속살’ 창덕궁에 스며든 ‘500년 세월’
경복궁보다 더 길었던 法宮의 자리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창덕궁 깊이 읽기 / 국립고궁박물관 엮음, 김동욱 외 지음 / 글항아리

조선 전기까지 궁궐을 대표하는 곳은 정궁으로 지은 경복궁이었다. 조선 제3대 태종의 명에 따라 1405년에 지어진 창덕궁은 이궁(離宮)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창덕궁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임진왜란으로 도성의 궁궐들이 소실된 뒤 경복궁은 복구되지 못하고 비워진 채로 세월은 흘러갔다. 대신 임금이 거처하는 법궁(法宮)의 자리를 이어받은 곳이 바로 창덕궁이었다. 창덕궁이 복구된 1608년부터 경복궁이 모습을 되찾은 1868년까지 창덕궁은 260년 동안 조선왕조의 정궁으로서 역할을 다했다.

이 책 ‘창덕궁 깊이 읽기’는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인 창덕궁을 그야말로 깊이 있게 들여다본 궁궐 연구서다. 파란만장한 창덕궁의 역사부터 시작해 아름답고 신비로운 건축과 조경, 어마어마한 회화와 공예, 조선 최고의 음악과 춤은 물론 궁궐의 전통 풍수와 나무들의 식생까지 조선 왕조 최고의 문화전당이었던 창덕궁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톺아본다. 김동욱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각계의 11명 전문가가 지난해 국립고궁박물관의 ‘왕실문화 심층탐구’ 교양강좌를 바탕으로 전면 재집필했다.

책에 따르면 경복궁은 주요 전각을 남북에 일렬로 배치해 왕이 남쪽을 향해 앉아서 관청이나 백성들의 살림집을 내려다보도록 함으로써 통치자의 위상을 드러낸 점이 돋보인다. 이에 비해 창덕궁은 언덕과 골짜기가 발달한 아늑한 지형에 건물을 맞춰 동서 방향으로 자유스럽게 배치해 편안하게 거처하도록 한 건축 의도가 잘 드러난다. 하지만 궁중기록화에 창덕궁의 모습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의 진하도(陳賀圖) 병풍들은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19세기에 들어서 궁중기록화에 나타나는 큰 특징은 문무백관이 궁궐의 정전에 모여 진하를 올리는 광경을 그린 진하도가 관청의 기념화로서 유행한 점이다. 그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인 1844년(헌종 11) 헌종이 계비를 맞아들인 것을 경축하는 진하례를 그린 ‘헌종가례진하도병(憲宗嘉禮陳賀圖屛)’은 왼편에서 인정전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전각을 파노라마식으로 배치해 장엄한 궁궐의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한다.

책은 이처럼 조선왕조 500년의 건축기법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창덕궁의 건축적 아름다움을 먼저 다루고, 조선시대에 그려진 궁궐도를 통해 창덕궁의 전체적인 모습과 이모저모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왕의 얼굴을 화폭에 담는 어진 제작의 현장이었던 창덕궁 선원전의 설치와 운영의 실태를 들여다보는가 하면, 넓고 아름답고 그윽한 정취로 인해 비원(秘苑)으로 불리는 창덕궁의 후원을 구조적으로 뜯어보기도 했다. 또 궁중음악과 춤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탐구하고, 풍수를 통해 선조들이 궁궐에 담아놓은 자연의식을 살피기도 했다. 비운의 군주 헌종의 서화수장 취미가 펼쳐졌던 창덕궁 낙선재의 기억을 보듬어보았으며, 대한제국 최후의 정전인 인정전의 건축사를 시대별로 살펴보기도 했다. 대한제국 황실의 마지막 모습을 간직하기도 했던 창덕궁의 근대시기 모습은 영친왕과 덕혜옹주를 통해 살펴봤다.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은 조선왕조의 5대 궁궐 가운데 그 원형이 잘 보존돼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룬 독특한 공간 구성을 지닌 아름다운 궁궐이다”며 “이 책을 통해 조선 500여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창덕궁의 다양한 면모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조선왕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많은 사람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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