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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27일(木)
미래의 도시… 출발은 ‘지금-여기’
변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관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메타트로폴리스 / 존 스칼지 외 지음, 홍인수 옮김 / 책세상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대권 출사표를 던지면서 인용한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는 캐나다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이었다. 그가 말하는 ‘미래’는 공상 속의 막연한 어떤 지점이 아닌, 가장 근접한 현실의 어느 곳이라는 점에서 체험적 리얼리티로 읽히기도 했다. 미래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미래에 살게 될 우리의 ‘도시’는 또 어떻게 전개되고 묘사될까.

‘노인의 전쟁’으로 이미 영미 공상과학(SF)계에서 이름을 알린 존 스칼지와 젊은 작가 네 명이 ‘미래 도시’라는 주제를 옴니버스식(5개 작품)으로 엮은 이 책은 찬란한 미래의 희망을 꿈꾸듯 얘기하거나, 디지털 시대의 폐허가 남긴 허망하고 초라한 앞날을 어둡게 그리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의 연장선상으로 나타날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설득적인 논리로 안내한다.

5개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미래 도시는 ‘지금, 여기’에서 출발하는 모든 가능성으로 건설된 도시다.

민주주의 실험이 제국주의로 변모하고, 내연기관 중심의 도시화마저 실패한 미국. 이민자 출신의 환경기업가들은 서부에 생태 공동체를 건립한다. 1편 ‘밤의 숲속에서’(제이 레이크 지음)는 ‘메타트로폴리스’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 캐스케디오폴리스라는 ‘도시 아닌 도시’에 자리 잡은 폐쇄적 생태 공동체에 메시아 예수를 연상시키는 타이거라는 남자가 찾아온다.

2편 ‘꿀꿀대는 소리 말고는 버릴 것이 없다’(존 스칼지 지음)는 스무 살 게으름뱅이 벤저민 워싱턴을 통해 인간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뉴세인트루이스 주민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적성검사와 검사에 따른 직장 배정을 벤저민도 피할 수 없다. 무성의하게 적성검사를 받은 탓에 벤저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유전공학으로 개발된 특수 돼지들을 관리하는 ‘하이테크 돼지치기’ 일을 맡는다.

“우리는 인류라는 종의 장기적 생존에 대해 얘기하는 겁니다.” 3편 토비어스 버켈의 ‘확률 도시’는 미래 도시를 새로운 땅이 아닌 기존의 도시 한복판에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쇄락한 공업도시 디트로이트 속에서 미래를 도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프로젝트 단위로 모여 끊임없이 옮겨 다니고, 도시 환경에 근본적 변화를 창출하려는 이들은 물건을 재생하고 대안적인 선택을 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물건을 ‘만들고 소비하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인류라는 종의 장기적 생존을 모색한다. 그리고 유목민이 되어 유랑하는 삶의 새로운 반전을 꿈꾼다.

4편 엘리자베스 베어의 ‘하늘의 붉은 것은 우리의 피’는 ‘확률 도시’와 콤비를 이루는 작품으로, 디트로이트에서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변화된 삶과 미래를 그린다. 이 기저에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깔려 있다.

5편 ‘머나먼 실레니아에서’(칼 슈뢰더 지음)는 도난당한 플루토늄을 찾아 가상의 세계로 떠나는 방사능 사냥꾼의 위험한 여행을 통해 가상과 현실에 대한 인식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탐색한다. 온라인상의 범죄에 실형이 선고되고, 증강현실이 실생활로 여겨지는 지금 시대의 보편적 가상현실은 어디까지 ‘절대적 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은 이제 우리가 믿는 현실의 범주 안에서 국한되지 않는다.

책이 주목하는 부분은 달라진 미래 도시의 생태가 아니다. 때론 과거의 답습으로, 때론 현실의 변주로 태어나는 미래 도시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감정’과 ‘관계’에 대한 통찰이 핵심이다.

그곳엔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타인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미래에서도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가치는 여전히 생명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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