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싸움’ 발목잡혀 ‘미래 비전’ 안보인다

오는 12월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15일로 D-65일을 맞은 가운데 정치권이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연상케 하는 ‘정치 충돌’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담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시사 발언을 했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하자, 이번엔 민주통합당(민주당)이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거운동에 나섰다며 또 다른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민주당은 박근혜 대선 후보를 각각 자신들이 추진하는 국정조사 청문회장에 끌어낼 태세다.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미래 비전’ 제시는 뒷전으로 둔 채 국민의 실생활과 거리가 먼 사안으로 여야가 정치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역대 대선에서는 ‘아파트 반값’ ‘747 공약’처럼 비전 공약을 보고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미래 공약을 내놓으면서 대권 경쟁을 벌였다.

15일 민주당은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 30%를 매각해 부산·경남지역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현에 쓰기로 했다는 의혹과 관련, 긴급 상임위원장·상임위간사·원내대표단 연석회의를 열고 ‘정수장학회 국조’를 추진키로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박근혜 후보도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들이 정수장학회를 항의 방문하는 데 이어 오는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수장학회 문제 대응 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국정감사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자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특전사 출신의 자해공갈단”이라고 힐난했다.

정치적 쟁점을 둘러싼 여야의 정면충돌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래 비전 각축장이 돼야 할 대선이 이전투구식 정치싸움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국민이 요구하는 사안을 둘러싸고 경쟁해야 하는데 NLL이나 정수장학회나 국민 실생활과 별로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없는 사안으로 이전투구를 벌인다면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