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종 원장의 남성 클리닉>전립선 비대 막으려면 술자리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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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병원을 시작할 때쯤의 일이다. 친한 친구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오늘 좀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병원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환자도 없는 상태라 언제라도 오라고 했다.

서로가 바빠 잘 만나지도 못하는 사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하러 갔는데, 이 친구가 대뜸 하는 말이 보험을 하나 들어달라는 것이다. 순간 정신이 멍한 느낌이었다. 당시 그 친구는 아주 유명한 기업에서 차장 직급을 달고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몇 개월 얼굴을 못 봤다지만 뜬금없이 보험을 들어달라고 하니 필자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은 어떻게 된 거냐고 친구한테 물으니 새 직장으로 옮기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험 쪽 일을 잠깐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이쪽으로 일을 해보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 판단이 들어 아예 직장을 옮겨 버렸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재무설계니 자산관리니 하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냥 보험 하면 아는 사람 있을 때 하나씩 들어주는 거고,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보험 한다고 하면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는 그런 분위기였다. 당연히 필자도 첫마디가 처자식은 어쩌려고 그러느냐부터 정신을 못 차렸다는 등 아주 말로 흠씬 두들겨 패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그 친구가 요새는 무얼 하고 있을까?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으며 인정을 받더니, 현재는 충분한 자산을 모으고, 필자에게 재무관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핀잔도 주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세상이라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핀잔만 주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좀 무안하기도 하다. 이렇듯 잘 살아갈 텐데 말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히 진료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살아가면서 이 친구가 해준 말이 따뜻한 위로가 된 적이 있고 힘이 돼준 적이 있어서다. 이 친구가 언젠가 필자에게 옛날을 회상하며 해준 이야기가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데 비행기를 탈 수도 있고, 배를 탈 수도 있고, 잠수함을 탈 수도 있다. 반드시 비행기만을 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착하는 시간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것 또한 다를 것이다. 친구의 말대로, 생각해 보니 길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늦은 나이에 다른 일에 뛰어들어 보란 듯이 자기 길을 개척한 이 친구가 직접 그 본보기가 돼주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얼마전에 필자를 찾아왔다. 요새 아주 신경 쓰이고 힘들다면서 말이다. 뭐 때문인지 물어봤더니, 소변 보는 게 뭔가 찝찝하고 운전을 좀 오래하면 자꾸 고환과 항문 사이가 불편하고, 발기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옛날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일 때문에 항상 바쁘고, 접대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은데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불편하단다. 혹시나 해서 검사를 해보자고 했더니 그건 아닐 거라며 극구 사양을 한다. 본인도 그거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검사가 좀 불편할까 걱정돼 하기 싫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덜 불편하고 빨리 끝날 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킨 후 검사를 진행했다.

전립선이 비대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전립선에 염증이 있었다. 친구한테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고, 술자리도 줄이고, 몸 관리를 잘 하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친구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다. 당장이야 약속 잡힌 걸 피해갈 수 있겠지만, 줄줄이 잡힌 접대 자리는 영 어려울 것 같은가 보다. 친구에게 필자가 그 친구에게서 들었던 오래전 이야기를 해주었다. 증상이 호전되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 가장 빠른 길도 있고, 돌아 가는 길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너의 몫이다 라고.

골드만비뇨기과 www.gold-m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