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진은숙은 누구? ‘음악계 노벨상’ 수상 세계적 현대음악 작곡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작곡가 진은숙 씨가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음악은 한 작곡가의 총체적 경험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진은숙의 음악은 화음 하나하나마다 색채감을 뿜어내면서 강렬하고 불가사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가 2004년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음악상(그라베마이어상)을 받은 것은 세계음악계의 프런티어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입지를 잘 말해준다. 이 상으로 리게티, 불레즈 등 이전 수상자들과 함께 세계 최고 작곡가 반열에 올라섰다. 1988년 함부르크에서 세기의 음악가 중 한 명인 죄르지 리게티 문하생으로 작곡 수업을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널리 연주되는 작품은 소프라노와 앙상블을 위한 ‘말의 유희’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리게티를 사사할 때 ‘트로이의 여인들’ 이후 3년 동안 곡을 전혀 쓰지 못했다.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확실한 게 하나도 없었으니 답답했지요. 폭식증까지 생길 정도였는데 그때는 그게 병인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작곡을 포기한다거나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전자음악들에서조차 시계 소음이나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확장된 타악기를 포함한 악기소리들이 들어간다.

“어떨 때 제 작품을 올릴 때는 무대에 안 들어갈 정도로 타악기가 대거 동원되죠. 한국음악은 노래와 타악기에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타악기에는 우리 민족성이 들어가 있다고 봐요.”

그는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누나다. 진은숙은 “한국와 와서 중권이와 함께 있었는데, 사람들이 중권이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언제 끝나나’하면서 기다린 적이 있죠.”

진은숙의 언니인 진회숙은 음악평론가다. 진은숙은 “나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이고, 회숙 언니는 말이 많은 편이고, 중권이는 말을 즐겨한다”고 정리했다. 말에 대한 뛰어난 감각은 집안 내력일까. 진은숙은 웃으면서 “아버지가 목사셨어요. 말로 먹고사는 사람 자식이라서…”라고 했다.

최근 나온 ‘진은숙, 미래의 악보를 그리다’(휴머니스트)라는 책에서 진은숙의 삶과 창작세계를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의 헌사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켄트 나가노는 “진은숙은 현실주의자이자 몽상가”라며 “사람들은 대립적인 것들이 뒤얽혀 만들어내는 부정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