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소비자 분류하는 마케팅은 실패

어모털리티: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

“내가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모든 것을 지금도 좋아합니다. 내 취향은 정말로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쭉 그래 왔어요.”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이자 음반기획자인 사이먼 코웰(54)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현장에서 독설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현실을 대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장례식 같은 데에는 못 간다”며 죽음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유럽 총괄 편집장인 저자는 코웰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어모털리티(Amortality)’의 한 사례라고 말한다.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뜻하는 어모털리티는 저자가 만든 신조어다. 저자는 2010년 ‘타임’지 커버 기사인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에서 처음으로 나이를 잊고 사는 어모털족(族)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배우 메릴 스트리프와 영화감독 우디 앨런, ‘플레이보이’지 창립자 휴 헤프너 등이 저자가 예로 든 대표적인 어모털족이다.

방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21세기 새로운 종족인 어모털족을 최초로 해부한 책에서 저자는 “어모털리티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사는 시대 그 자체이며, 나이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책과 영화, TV 등지에서 뱀파이어 장르가 부활하는 현상도 우연이 아니다. ‘트와일라잇’ ‘트루 블러드’ ‘뱀파이어 다이어리’ 등 영화와 TV 드라마 시리즈에서 성적 매력과 사회성을 갖춘 뱀파이어는 바로 나이를 잊고, 모험적이며, 언제나 사건의 중심에 있는 어모털족의 완벽한 이상형이다.

어모털족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나이 든 어모털족들은 이미 미국 각지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노화관리 의료기관인 세네제닉스(CENEGENICS)는 초기 가입비가 4000달러, 월 관리비용이 최소 1500달러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현재 2만 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수명’ 연장은 약속하지 않지만 호르몬 요법을 통해 ‘전성기’ 연장은 자신하고 있다.

어모털리티는 나이의 의미를 재정의하면서 기존의 마케팅 규칙들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토요타가 2003년 출시한 자동차 ‘사이언(Scion)’이 젊은층의 시장만을 잡기 위해 노력하다 실패한 사례를 든 저자는 “더이상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게 됐다”며 나이를 뛰어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