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강우석 죽지않았단 말 듣고싶어”

‘투캅스’, ‘공공의 적’시리즈, ‘실미도’의 강우석(53)은 충무로에서 총 관객 3000만 명을 돌파한 유일한 감독이다. 그래서 ‘흥행 승부사’로 불리며 20여 년을 연출과 제작자로서 충무로의 파워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그가 직접 연출에 나선 ‘글러브’와 ‘이끼’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하며 그의 대중적 촉수가 무뎌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강우석의 신화는 끝났는가. 강우석은 영화 ‘전설의 주먹’으로 이 질문에 맞서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25년을 영화의 길만을 걸어온 흥행 승부사의 진짜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전설의 주먹’은 고교 시절 ‘짱’이었던 친구들이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만나 파이터 쇼를 치른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충무로 시네마서비스에서 만난 강우석 감독은 갓 아이를 얻은 산모처럼 표정은 평온했고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 왜 ‘전설의 주먹’인가.

“누군가가 웹툰 ‘전설의 주먹’을 봤냐고 하는데 그 제목이 가슴에 확 꽂히더라. 컴퓨터로 달려가 찾아보니 이거 잘 다듬으면 되겠다 싶었다. 처음엔 내가 (연출)할 생각은 아니었고 일단 ‘의형제’를 쓴 장민석 작가한테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해서 갖고 왔는데 구성과 캐릭터가 아주 재밌었다. 이런 제목 앞으로 다시는 못 만난다고, 이건 내가 하겠다고 우겼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후 최고의 제목 아닌가.”

- ‘충무로 전설’로서 다시 주먹을 날리겠다는 의지의 표현 같은데.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주니 좋다. ‘전설의 주먹’을 통해 과거 흥행했던 내 영화들이 소 뒷걸음질 치다 뭐 잡은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강우석 죽지 않았다’는 말 정말 듣고 싶거든.”

- 이번엔 꽤‘촉’이 좋은 모양이다.

“이건 딱 내 옷이다. 오랜만에 찍으면서 내 입으로 ‘강우석표’ 영화 나온다고 했을 정도니까. 촬영하면서도 ‘투캅스’ 때 같은 에너지를 받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했다. ”

- 이번엔 페르소나들과 작별했다.

“새로운 영화니까 새로운 사람 쓰는 건 당연하다. 황정민은 늘 염두에 두고 있었고 윤제문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유준상은 ‘이끼’ 때 너무 작은 역할을 줘서 빚진 느낌이었다. 준상이는 당대 최고의 배우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내가 물고 늘어질 생각이다.”

- 대중적인 작품으로 유턴한 이유는.

“한때 엄숙주의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강우석은 못 만들 거란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에 도전하고 싶었고 잘 해낼거라 믿기도 했다. (‘이끼’) 또 흥행은 안됐어도 상도 받고 하니 살짝 우쭐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만드는 내내 정말이지 나 스스로가 재미가 없었다. 그럴 때 ‘전설의 주먹’을 잡은 거다.”

- 강우석은 작가주의에 맞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결과가 될텐데.
“딱 그거다. 강우석의 유머가 살아있다는 말, 그 말이 그동안 간절히 원했던 말이다. 앞으로 내 영화 인생의 원동력이 될 최고의 찬사일 거다.”
곀정두홍 감독의 액션도 기대된다.

“정 감독과는 오래토록 작업해왔다. ‘베를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두홍은 지금 초절정에 올라서 있다. 무엇보다 이제 드라마를 품은 액션을 만든다는 점이 반갑다. 우리 액션은 얼굴에 글러브가 쫙 달라붙는 느낌을 담아야 해서 컴퓨터로 만질수 없는 것들이다. 영화 보는 내내 멋드러진 액션을 즐기길 바란다. 하지만 놀랍게도 남는 건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일 거다.”

- ‘아이언맨3’와 맞붙는다던데

“철갑 수트 입고 와 봐라. 날것 그대로의 맨 주먹에 당할 재간이 있는지.”

박미영 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