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의 기준? 과학 안에 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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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가지 / 샘 해리스 지음, 강명신 옮김 / 시공사

사람들은 과학이 도덕에 대해 말할 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질문들은 ‘가치’의 문제라서 과학이 답을 줄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과학이 도덕적 문제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도덕은 인간의 의식적 경험의 긍정적 상태인 행복에 관한 과학이다. 저자는 인간의 행복은 세상의 사건과 뇌의 상태에 의존하므로 과학적 사실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요지다. 도덕은 행복에 관한 것이고 행복은 뇌 상태로 알 수 있으니 도덕은 의식에 대한 뇌과학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과학이 인간의 가치와 도덕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세한 과학적 지식이 축적되면 사회에 존재하는 삶의 방식을 더욱 분명하게 구분하게 될 것이다. 즉 어떤 방식이 더 좋고 나쁜지, 어떤 방식이 사실에 부합하거나 그렇지 않은지 혹은 더 윤리적이고 덜 윤리적인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통찰을 통해 분명히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학문적 논란은 끝나고 삶을 뒤바꾸는 수많은 선택이 시작될 것이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책에서 ‘도덕의 풍경(The Moral Landscape)’이라는 가설적 공간을 자주 거론한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도덕의 풍경’에서 봉우리의 높이는 잠재적 행복의 높이에 해당하고, 계곡의 깊이는 잠재적 고통의 크기에 해당한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방식, 즉 다양한 문화적 관습, 윤리 규정, 정부의 양태 등은 이 풍경에서 지점 사이의 좌표 이동으로 표현되고, 이것은 또한 인간 번영의 정도 차이로 나타난다. 모든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하나의 정답 또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최선의 방식을 반드시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문제에서는 대동소이한 다수의 답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도덕의 풍경에 봉우리가 여러 개 있다고 해서 봉우리의 실재성이나 가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뿐 아니라 봉우리와 계곡의 차이에서 보이는 대조가 흐려지거나 그러한 귀결의 필연성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좋은 삶의 방식이 여럿 있어서 도덕의 풍경에 행복을 의미하는 봉우리가 여러 개 있을 수 있지만 봉우리의 가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종교적 도그마를 꾸준히 비판해온 저자의 생각은 이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선하기 위해서 반드시 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특히 진리와 선의 문제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독단주의를 경계한다. “거의 한 세기 동안 과학의 도덕적 상대주의는 신앙에 기반한 종교가 무지와 편협성의 가장 큰 엔진으로 작동함으로써, 도덕적 지혜의 유일한 보편적 기틀로서 거의 전횡하다시피 해왔다. (중략) 그러나 도덕적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함으로써 생겨날 위험을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믿음이란 어떤 말을 ‘참’이라고 받아들이는 뇌의 능력이라고 정의한 저자는 과학적 믿음에 근거하지 않은 종교적 믿음을 비난한다. 저자는 종교 쪽에서 과학을 종교와 구분지으려고 하거나, 과학자 쪽에서 신앙을 조화시키려는 노력도 터무니없는 것으로 일갈한다. 종교의 역기능과 종교의 이름으로 일어난 폭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자는 종교가 사람들의 실제적인 고통보다 친척과 동맹들 사이에서 공유하는 신성함의 가치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종교가 오히려 폭력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뇌와 분리돼 있으면서 추론하고 사랑을 느끼며 인생사를 기억할 수 있는 영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종교의 교리를 부정하기도 한다.

도덕적 상대주의도 저자의 비판 대상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도덕 규칙을 갖지만, 그 규칙 사이에는 나름의 보편성이 전제된다고 강조한 저자는 도덕적 상대주의는 자기모순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상대주의자는 도덕적 진리가 특수한 문화적 범위에서 오로지 상대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상대주의는 거의 언제나 도덕적 차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 쪽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에서 여성 할례 등과 같은 도덕적 차이를 ‘관용’하기 시작하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도덕적 상대주의는 서구 제국주의, 인종 중심주의, 인종 차별주의라는 범죄를 지적으로 보상하려는 시도임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 존재의 가장 절박한 문제에 관해 과학을 적용할 방법을 식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 품고 있는 희망이자 이 책이 가지는 의미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