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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4월 05일(金)
희망 찾고 싶다면 힘 빼고 ‘느린 삶’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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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 쓰지 신이치(오른쪽)와 김남희가 최근 경북 안동시의 병산서원 내 한 건물의 툇마루에 앉아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 김남희·쓰지 신이치 지음 / 문학동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내 아버지는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렇지만 일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진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에만 몰입하지 말고, 여가를 즐기면서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뜻이 아닐까. 정부 차원의 대체 공휴일제가 추진되는 것도 재충전과 삶의 질에 대한 가치가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느린 삶, 즉 슬로라이프를 재조명한 책은 시의적절하다.

슬로라이프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일본의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와 한국에 ‘걷기 여행’ 붐을 일으킨 김남희가 함께 느림보 기행을 나섰다. 책은 ‘삶의 속도를 선택한 사람들’을 찾아나선 두 사람의 독특한 여행기다. 부탄, 홋카이도, 강원, 제주 등을 여행하면서 느리게 사는 삶의 미학을 잔잔하게 길어올린다. 고도의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저자는 “그 결과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신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간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자기 안으로만 몰입해간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찾은 일본 홋카이도의 ‘베델의 집’은 정신장애인들이 ‘이익이 나지 않는 것을 소중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설립한 곳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과 영화로 만들고, 직접 꾸민 카페 운영, 다시마 판매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해마다 1억 엔이 훌쩍 넘게 매출을 올리는 베델의 집. 카페 부라부라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한다. 김남희가 베델의 집에서 만난 하야사카 기요시(57)는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마을을 위해, 사회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알려진 부탄 여행기도 깊이가 있다. 부탄의 치몽으로 가는 행로에는 지루할 정도로 긴 지그재그길이 있다. 인도인들이 이곳에 도로를 건설하던 1970년의 어느 날. 부탄 사람들은 “제발 우리 마을 앞으로 도로를 놓지 말아주세요”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덕분에 지름길을 두고도 열여섯 번을 꺾어야 하는 지독한 지그재그 도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김남희의 얘기다.

귀농해서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부부도 스트레스에 눌린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뺄셈의 삶’을 사는 사람들인 셈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변하지 않는다. 다만 강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수를 저지르고 실패를 반복해도 괜찮다는 것을 슬며시 얘기해준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은 현명하게 포기하고, 현대인을 압박하기만 할 뿐인 ‘긍정의 힘’이라는 이상한 마법에서 풀려나야 한다는 것을 자신들의 삶 속에서 묵묵히 보여준다.

“아마추어로 산다는 것. 그건 실수해도 괜찮고, 수준이 좀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닐까. 내가 재밌으면 되는 것 아닐까. 아마추어의 힘 뺀 자세야말로 우리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김남희)

한국과 일본 어느 곳도 조국이라 말할 수 없기에 자신을 ‘재일오사카인’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한국인과 일본인 양쪽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국적에 얽매이기보다는 약한 이와의 연대를 꿈꾸는 자이니치 조박의 이야기는 민족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보여준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mail 김도연 기자 / 전국부 / 부장 김도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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