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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4월 19일(金)
권력은 父子간에도 나눠갖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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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아들:조선시대 왕위계승사 / 강문식·한명기·신병주 지음 / 책과함께

“상왕 정종이 베푼 연회에 참석한 양녕대군은 부마 이백강이 첩으로 삼은 기생을 보고는 그녀를 세자궁으로 데려가려 했다. 그러자 충녕대군이 ‘친척끼리 서로 이같이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라며 만류하였다. 양녕대군이 겉으로 충녕대군의 말을 따랐지만 마음으로는 크게 분노했으며, 이후로 충녕대군을 매우 꺼렸다.”

‘태종실록’ 권31에 나오는 태종 16년(1416) 3월 20일자 기사는 야사(野史)를 인용한 ‘연려실기술’ 등 조선후기 사서의 기록을 토대로 양녕대군이 일부러 미친 척해 충녕대군, 즉 세종에게 왕위를 양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강문식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사는 ‘태종과 양녕대군’을 다룬 장에서 태종 말기 이처럼 두 사람의 사이가 상당히 벌어져 있었음을 말해주는 ‘태종실록’의 기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태조와 태종, 태종과 양녕대군, 선조와 광해군, 인조와 소현세자, 영조와 사도세자 등 조선 왕실의 다섯 부자 관계를 통해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는 권력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이 가운데 ‘왕자의 난’이라는 사실상 아버지를 향한 쿠데타를 통해 왕위를 쟁취했던 태종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적장자인 양녕을 세자 자리에서 끌어내림으로써 부자간 갈등을 대물림한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가 됐다.

강 학예연구사와 한명기(명지대)·신병주(건국대) 교수 등 조선시대 연구자 세 명이 집필한 책은 유교사상이 보급된 삼국시대부터 적장자 계승 원칙이 확립됐지만 명실상부한 유교사회가 된 조선시대까지도 복잡하고 다양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제대로 적용되기 어려웠던 현실을 보여준다.

강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태조와 태종 부자는 태종 이방원이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정몽주를 살해하면서 돈독했던 관계가 깨졌다. 태종은 아버지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 사건은 오히려 태조가 태종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고 세자 자리를 비롯한 모든 권력에서 그를 배제하는 계기가 됐다. 태종은 태조가 사주한 조사의의 난을 평정해 최후의 승자가 된 뒤 아버지와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태조 사후에 태종이 계모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을 황폐화시킨 일을 보면 두 사람의 갈등이 끝내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였음을 알 수 있다.

한 교수는 ‘선조와 광해군’을 다룬 장에서 임진왜란이란 미증유의 사건으로 ‘첩의 자식’이자 ‘둘째 아들’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 왕세자가 된 광해군이 천신만고 끝에 왕위에 올랐으나 아버지 선조에게 상처받고 그 때문에 전전긍긍했던 경험이 결국 내정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신 교수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가져온 가장 본질적인 이유로, 영조의 이례적인 장수와 이에 세자가 걸림돌이 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도세자가 무려 52년간 재위한 영조의 장기 집권을 위한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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