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성 이용하는 기업의 ‘어린이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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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포위된 아이들 / 조엘 바칸 지음, 이창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요즘 애들은 정말 이해가 안 돼. 충동적이고, 무절제하고, 아무 생각도 없는 애들 같아.’

이런 말을 들어 보셨는지. 아니면 이렇게 생각하시는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 보시라. 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이 책은 거대 기업에 아이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비자’인지, 기업이 어떤 전략으로 아이들을 ‘매수’하는지, 그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 책을 덮고 나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애들을 키우고 있는가를 뚜렷이 알게 되니까 말이다.

경제적 이익이 최상의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에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단지 설득하기 쉬운 소비자일 따름이다. 미국 카이저가족재단이 2010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8∼18세 아이들은 하루 평균 7시간 38분을 오락용 미디어와 함께 보낸다. 2004년에는 아이들의 39%가 휴대전화를 소유했지만 2010년에는 그 수치가 66%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아이패드와 MP3 플레이어를 가진 아이들은 18%에서 76%로 늘었다.

저자는 “어린이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깊숙이 자리 잡은 정서를 이용하는 것이 성공 공식이라는 걸 깨달은 뒤로 그 공식을 최대한 확장했다”며 “어떤 거리낌이나 우려도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의 정서를 이용해 이윤을 남기려 한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미디어에서 폭력성을 늘리고, 중독성을 조장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고, 소비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마케팅은 심지어 아이와 부모 간 유대를 끊는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한다.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키우려면 아이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모(또는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와의 유대를 존중하고 북돋워야 하는데도 마케팅은 손쉬운 돈벌이를 위해 이런 유대를 약화시킨다. 1980년 이후 시장의 자유가 공공의 규제를 압도하면서 어린이 보호를 실행하는 관습이나 제도들은 철폐되다시피 했다. 닌자 거북이나 파워레인저 등 장난감 캐릭터가 TV 프로그램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물론,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면 해당 장난감 광고가 방송을 탔다. 맥도날드의 해피밀 세트가 맛있는지, 영양가가 충분한지는 고려되지 않고 오직 해피밀 세트를 샀을 때 딸려 오는 장난감만이 구매 목적이 된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아이의 몸에서는 부모보다 7배나 많은 화학물질이 검출된다. 화학물질은 몸에 쌓이므로 대를 거듭할수록 그 숫자는 더 커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린이 산업에서 사후 조치에 불과한 현재의 규제 제도는 사전 예방을 전제로 하는 법적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 기상 재난에 대해 예보를 하고 사전 대피를 하듯 어린이 산업에도 ‘사전 예방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 어린 시절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