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의 ‘불편한 진실’… 건강하려면 당장 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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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전쟁/스탠 콕스 지음,추선영 옮김 /현실문화

남부 지방은 벌써부터 폭염과 열대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살인적인 무더위에 쓰러지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 더위를 식히는 가장 유용한 도구는 말할 필요없이 에어컨. 하지만 올여름, 에어컨은 애물단지에 다름 아니다. 원전부품 비리 사건으로 전력 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마당에 전기를 많이 쓰는 에어컨을 펑펑 틀다가는 전력 대란의 주범으로 몰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화두가 된 이번 여름, 책은 사무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에어컨을 도마에 올려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한다. 전작 ‘녹색성장의 유혹’에서 녹색성장을 녹색과 자본주의의 기만적 동거라며 다국적기업 등을 호되게 비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유명 기업이나 유명 정치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에어컨이 유발한 피해를 복구하는 일은 사악한 개인 몇 명을 응징하거나 악덕 기업 몇 곳을 문 닫게 만들어 해결할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저자는 “에어컨이 점점 늘어나는 복잡한 환경문제, 사회문제, 경제문제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의 원인과 결과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고 역설한다.

책은 에어컨이 미치는 건강문제와 에어컨이 유발하는 에너지와 환경문제는 물론 에너지를 둘러싼 오해와 꼭 알아야 할 상식 등도 짚는다. 책에 따르면 에어컨을 많이 쐬거나 켜두고 자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진다. 다양한 신체 기능을 수행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잠에서 깬 뒤 30분 이내에 분비되지만 에어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경우 잠에서 깬 뒤 두세 시간 지나야 분비된다. 인체가 큰 폭의 온도 차이와 습도 변화를 경험하게 되면 신체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또한 에어컨으로 온도 조절을 하는 실내 공간은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에어컨 주변에는 세균이 서식하기 쉽다. 당연히 그런 건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에어컨이 유발하는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또 온도 조절이 잘되는 실내에서만 성장한 아이들은 야외활동을 통해 다양한 병원균에 조금씩 노출된 아이들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운동 부족으로 비만이 되기도 쉽다. 더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줄면서 더위에 적응하는 능력도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에어컨이 유발하는 에너지와 환경문제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심각하다. 인류의 생존과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 전력수요가 증가하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어떤 형태의 발전소든 자원을 고갈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 게다가 원자력발전소는 핵폐기물이라는, 위험한 골칫덩이까지 남긴다.

그렇다면 전자제품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에너지를 덜 쓰게 될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한다. 특정 제품의 효율성이 높아져 동일한 시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양이 줄어들게 되면 사용자가 사용 시간을 더 늘리거나,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유인이 돼 에너지 소비가 더 증가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효율성이 높아져도 자원 고갈의 속도는 늦출 수 없다”며 “결국 효율성이 더 높은 제품을 사용해 가동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라고 선전하는 회사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고 일갈한다.

20여 년 동안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생태문제를 연구해온 저자는 때론 49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이어지는 인도의 사례를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인도에서 ‘에어컨’이란 말은 ‘VIP’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음식점은 에어컨석과 비에어컨석으로 나뉘고 에어컨석 음식 가격이 더 비싸다. 에어컨이 완비된 호텔 객실은 그렇지 않은 객식에 비해 요금이 두 배로 비싸다. 저자는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위험과 생태적 위험이 에어컨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위기의 근원인 에너지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에어컨 역시 중요한 논의 대상이라는 점을 역설하려 한다”며 “에어컨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세상을 사람이 살아갈 만한 공간으로 유지해 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