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골퍼들에게 ‘안양골프장’이 로망인 이유

1년4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한 안양골프장을 지난주 다녀왔습니다. 1968년 개장한 안양골프장은 1997년 코스를 리뉴얼한 이래 두 번째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1997년 리뉴얼 때 바꾼 골프장 이름을 ‘안양베네스트’에서 안양골프장으로 다시 환원했습니다.

특히 이번 리모델링은 이건희 회장이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신경영 선언 20주년’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습니다. 삼성그룹은 최근 골프장을 포함해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단행한 것입니다. 총 500억 원이 들어간 리모델링의 핵심은 지은 지 40년이 넘은 클럽하우스를 허물고 새로 지었고, 코스 중 4개홀을 약간 변경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400야드가 넘던 1번홀 티 박스를 당겨 짧게 했고, 건너편 아파트 ‘308동’을 보고 쳐야 했던 5번홀은 오른쪽 페어웨이 끝 부분에 개울을 파놓아 쉽게 질러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린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에서나 볼 수 있던 공기 순환 장치(subair system)를 깔아 배수를 원활하게 하고 잔디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췄습니다. 그린 스피드를 최고 3.8m까지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내장객의 ‘스코어 관리’를 위해 스피드를 3.0m 전후로만 조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일반골프장의 빠른 그린(2.5m 전후)에 비해 ‘유리알 그린’입니다.

조경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던 골프장이었지만 이번 공사 때 조경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코스 내에 각종 나무 4000그루를 새로 심었지만 지주목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존 나무들도 각기 어울리는 홀에다 옮겨 심어 홀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편의성과 단아함에 포커스를 맞췄고, 그동안 ‘골프장 부킹’보다 어렵다는 식당 룸을 늘렸다고 합니다.

바뀌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가격은 500만 원 뛰었지만 연회원(5000만 원)제를 그대로 고수했습니다. 비회원은 회원의 초청을 받아야 라운드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매년 소멸되는 연회비를 뽑으려면 1회당 회원과 비회원의 이용금액 차이(20만 원 정도)를 감안해 연간 250회는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양 회원’이라는 자긍심 값으로 쳐도 될 만큼 입회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예나 지금이나 카트가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걸어서 라운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골프의 참맛을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좁은 카트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공치기에 바쁜 요즘 골프장 풍경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입니다. 앞뒤 팀의 얼굴을 볼 수 없는 ‘대통령 골프’의 매력 또한 여전합니다. 그래서 요즘 ‘아무나 갈 수 있는’ 골프장이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안양골프장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골퍼들의 로망인가 봅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