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하려던 朴대통령 ‘카뮈’ 들고 어디로?

박근혜 대통령이 29일부터 여름 휴가를 떠난 데 맞춰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절반 이상 휴가를 가 청와대가 본격적인 ‘휴가 모드’에 돌입했다. 박 대통령이 떠난 청와대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 두 실장을 중심으로 현안을 챙기게 된다.

박 대통령과 같은 기간 휴가를 떠난 수석비서관은 공석인 정무수석을 제외한 8명 중 이정현 홍보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최순홍 미래전략수석 등 5명이다. 청와대 내 주요 실제 수석들이 사실상 몽땅 대통령의 부재 기간 자리를 비우는 셈이다. 곽상도 민정수석과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은 청와대를 지킨다.

대통령의 부재 기간에 맞춘 주요 수석들의 휴가는 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당초 청와대 경내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이에 참모들이 “그러면 우리가 휴가를 갈 수가 없다”고 진언한 뒤 어렵게 청와대밖 휴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휴가 기간에 맞춰 수석들이 대거 휴가를 떠나곤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휴가 때인 2008년에는 맹형규 정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정진곤 교육문화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 수석 대부분과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대통령과 같은 시기 휴가를 갔다.

한편 박 대통령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모두 5권의 책을 구입했다.

박 대통령이 구입한 책은 이이가 성혼과 주고받은 서신을 정리한 ‘답성호원’,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 및 카뮈의 ‘이방인’ 출간 70주년을 맞아 발간된 ‘일러스트 카뮈’, 로맹 가리의 데뷔작 ‘유럽의 교육’, 김정현 원광대 교수가 철학상담치료에 관해 쓴 ‘철학과 마음의 치유’, 정조가 실학자 홍대용과 나눈 문답을 다룬 ‘계방일기’의 완역본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등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휴가 중 읽을 책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없다. 역대 정부가 대부분 대통령의 휴가 구상과 함께 읽을 책을 소개해온 것에 비해 이례적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