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과 전농동에 걸쳐 있는 배봉산 초입에 위치한 공원에서는 매일 아침 6시부터 30분 동안 체조교실이 열린다.▲ 배봉산 등산로에는 지압길과 황톳길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체조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복현 씨가 ‘덩더꿍 체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산 곳곳에 204개의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으며 배드민턴장 11개 소(22면)도 설치돼 있다.(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서울연구소의 ‘2020 체육진흥 기본정책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2011년 말 현재 2712개 소(학교체육시설 153개 소 포함)의 공공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민간체육시설 1만1774개 소까지 포함하면 서울시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은 총 1만4486개 소이다. 인구 1만 명당 체육시설 수는 13.2개 소이고, 이중 공공체육시설은 인구 1만 명당 2.5개소로 나타났다. 운동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많은 시민들은 시설의 위치와 시와 각 자치구에서 마련한 운동 프로그램을 잘 모르고 있어 이 시설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운동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떤 시설이 있고,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우리동네 생활체육 명소’를 연재한다.
오전 6시가 되자 공원 근처에 있던 30여 명의 사람들이 무대 주위로 모여들었다. 한 남성이 무대 위에 올라 휴대용 CD플레이어로 음악을 틀자 사람들이 4열 종대로 서더니 음악에 맞춰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과 전농동에 걸쳐 있는 배봉산(拜峰山) 초입에 위치한 이 공원에서는 매일 오전 6시부터 30분간 ‘생활체육 아침체조 교실’이 열린다. 이 교실의 지도자는 고교 교장을 지낸 김복현(70) 씨. 경희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체육교사로 일하던 1970년부터 43년 동안 매일 이곳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체조를 지도하고 있다.
이날 체조교실에 참가한 사람들은 50여 명으로 40∼8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민요가 흘러나오자 한국무용을 응용한 동작으로 서서히 몸을 움직이던 참가자들은 빠른 템포의 팝송에 맞춰 에어로빅 동작을 하다 국민체조로 마무리했다. 몇몇 사람들은 처음 나온 듯 어색한 몸짓으로 앞사람의 동작을 따라 했지만 대부분 익숙한 몸놀림으로 신나게 체조를 이어갔다.
김 씨는 “처음에는 300여 명이 나와 산 곳곳에 서서 체조를 했었다”며 “1년 365일 중 설과 추석 당일 등 2일을 빼고는 비가 오지 않으면 매일 같은 시간에 체조를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보인고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은퇴한 그는 “새벽에 일어나 체조 지도를 하고 학교로 출근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계속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체조를 시작한 지 5년이 됐다는 이숭희(여·50) 씨는 “아침 산책을 하다 사람들이 모여 체조하는 것을 보고 뒤에서 따라 하기 시작했다”며 “5년 전에는 오십견에 무릎도 삐걱거렸는데 지금은 그런 증상들이 말끔히 없어졌다”고 체조의 장점을 소개했다. 동작을 정확히 따라 하며 경쾌하게 체조를 마친 이 씨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는 “체조를 하면 저절로 흥이 나서 나도 모르게 동작을 크게 하게 된다”며 “이렇게 땀을 흘리고 직장에 가면 일도 술술 잘 풀리고, 스트레스도 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봉산은 휴식을 즐기며 운동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26만5582㎡ 규모의 이 산에는 운동기구 204개와 배드민턴장 11개 소(22면) 등의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어린이놀이터 1개 소, 야외무대 1개 소, 파고라 14개 소, 자연학습장 1개 소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또 등산로에는 황톳길과 지압길, 야생화공원 등이 조성돼 있으며 화장실 5개 소, 음수대 2개 소도 갖춰져 있다. 40분 정도 소요되는 등산 코스에는 나무덱이 설치돼 운치를 더한다. 맨발로 황톳길과 지압길을 걸은 후 시원한 물로 발을 씻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은 맑아진다.
9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회원으로 있는 ‘배봉산체육회’에서는 회비로 근육운동 기구를 구비해 놓았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근력운동을 할 수 있다. 또 산 곳곳에 마련된 배드민턴장에서는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의 “으랏차” “앗싸” 등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봉산은 불운하게 죽은 사도세자의 묘가 있던 곳으로 정조가 자신의 불효를 한스러워하며 날마다 이 산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요즘은 동네 주민들이 건강을 지켜주는 이 산을 향해 감사의 절을 올린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등산로에서 만난 한 부부는 “매일 아침 체조를 한 후 다른 부부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산을 한바퀴 돈 후 내려간다”며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니 금슬도 좋아지고, 생활이 즐겁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 부부는 이어 “집 근처에 이렇게 좋은 체육시설이 있어 매우 좋다”며 한 목소리로 “우리동네 최고”라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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