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전셋값 왜곡, 취득세 감면 등 규제철폐가 해법

여름철 비수기에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시장은 예년에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요.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넘는 지역이 속출하는가 하면 소형보다 싼 중대형 아파트 전세가 많습니다.

중소형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대형 아파트 전세가 외면 받아 나타난 현상이지요. 최근의 전세시장 왜곡 상황은 ‘소형 품귀 중대형 빈집’이라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주택시장 혼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전셋값은 치솟기만 하고 하우스푸어들이나 집을 팔지 못하는 이들의 가계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지요.

전세시장 왜곡 현상의 근본 원인은 주택 수급 불균형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전세시장 왜곡 현상은 수요와 유리된 공급 정책이 주범이라 볼 수 있지요. 정부는 지난 5년 보금자리주택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에 전력을 쏟았습니다. 둘 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었지요. 하지만 결과는 전셋값 급등으로 서민 주거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안이할 정도로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묘수가 없으니 시장에 맡기자’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전세시장이 정부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인구 변화와 자동차 보유를 감안하지 않은 공급정책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보금자리주택의 공급과 당첨 기대감으로 주택 매매수요가 사라졌고, 경기 침체가 겹치며 집값도 급락해 은퇴하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출생)와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그들 자녀들의 주택 체인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죠. 주택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세대 간의 광범위한 주택 교대(交代)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이것이 사라진 것입니다.

자동차 세대에 대한 이해 부족도 전셋값 상승의 한 단초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주차장이 태부족한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은 늘어난 반면 2∼3인 가구용 주택 공급은 크게 줄어든 것이죠. 하지만 이들 주거시설은 과잉공급을 넘어 미분양이 쌓이고 있습니다. 주차공간이 없는 도시형생활주택이 젊은이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죠. 정확한 수요 예측을 못해 빚어진 정책 오류입니다.

부동산 비수기인 8월 초 현재 전셋값 오름세 속에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전세대란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전세자금 대출이나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 매입 임대 공급 등은 탁상행정 사고에서 나온 미봉책일 뿐입니다. 정부는 당장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바꾸고, 대한주택보증의 보증 사업 물량도 ‘한시 전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취득세 영구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각종 규제 철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