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도쿄올림픽 유치 성과를 보고하기 위해 내각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7일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면서 들어 보인 ‘도쿄 2020’이라고 쓰인 카드. 도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는 공식 포스터. 1968년 첫 번째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레슬링 일본 대표 선수들.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성공을 긴급 보도한 일본 신문 호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일본 도쿄(東京)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파문을 뚫고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
각국 주요 언론들은 분위기를 반전시킨 ‘결정타’로 “오염수는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꼽고 있다.
이와 함께 재정난으로 경기장 건설 등에 난항을 겪고 있는 2014년 올림픽 개최지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의 상황이 탄탄한 재정을 앞세운 도쿄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도 놀랄 정도로 가볍게 경쟁도시를 압도한 데에는 겉으로 드러난 이 두 가지 요인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완전 통제’ 발언이 ‘거짓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데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끊임없이 토양·해양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림픽 개최까지 원전 문제를 둘러싼 파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도핑 없는 ‘클린 일본’ = 올림픽 개최지 투표를 앞둔 지난주, IOC 총회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염수 문제 못지않게 뜨거웠던 이슈는 스포츠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도핑) 문제였다.
최근 세계적인 프로 스포츠 스타는 물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까지 도핑 문제에 연루된 가운데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물론 토마스 바흐 IOC 차기 위원장 후보(11일 위원장에 당선) 역시 도핑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고 있었다.
쟁점으로 부상한 도핑 문제에서 도쿄는 경쟁 도시인 이스탄불(터키), 마드리드(스페인)에 비해 단연 돋보였다. 일본은 지금껏 올림픽·패럴림픽에서 단 한번도 도핑 사실이 적발된 적이 없는 나라다. 이스탄불, 마드리드 모두 질의·응답 과정에서 도핑 문제가 거론됐던 것과는 달리 도쿄유치위에는 도핑에 대한 질문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유치위 이사장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현대 스포츠가 경쟁에 노출되면서 도핑, 불법도박, 승부조작 등 스포츠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며 “(도핑과 관련해) 일본은 스포츠의 가장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의 현지 취재기자는 “이스탄불과 도쿄가 결선 투표 상대로 결정된 시점에서 도쿄유치위는 승리를 확신했다”며 “도핑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된 터키를 선택한다면, IOC가 도핑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깜짝 등장한 왕족 효과 = 왕족의 정치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일본에서 논란을 감수하며 IOC 총회에 깜짝 등장시킨 히사코(久子) 여사의 영향력도 막강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사촌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작고)의 부인인 히사코 여사는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이틀 앞둔 5일 현지를 찾아 IOC 위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표심을 잡았다.
‘스포츠 귀족’이라 불리는 IOC 위원 중 다수는 왕실 자제나 명문가 출신 인사들로, 정치인들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히사코 여사가 직접 나서면서 ‘콧대 높은’ 위원들과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 등이 IOC 위원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히사코 여사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능숙한 프랑스어와 영어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일본이 왕족을 유치전에 참여시킬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던 마드리드는 히사코 여사의 등장에 상당히 놀랐다는 후문이다.
◆눈 밖에 난 마드리드 = 투표 직전 원전 오염수 문제로 고전하던 도쿄를 맹추격, 승기를 잡는 듯했던 마드리드는 기대와는 달리 1차 투표에서 떨어지는 참패를 당했다. 마드리드의 가장 큰 패인은 승리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데에 있다.
투표가 치러지는 IOC 총회 직전 스페인 유력지 엘 문도는 마드리드가 개최권 획득의 기준격인 과반수의 표를 이미 확보했다는 기사를 실어 IOC 위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도쿄유치위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엘 문도의) 보도에 화가 나 마드리드 지지를 철회한 IOC 위원을 몇 명 알고 있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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