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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0월 04일(金)
한글 띄어쓰기 첫 문헌은 서양인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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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안은지 기자 eun0322@munhwa.com
한글 이야기 1, 2 / 홍윤표 지음 / 태학사

한글날을 앞두고 나온 한글 관련 책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저작이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이자 국어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한글이 지금 같은 형태를 갖추기까지의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총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책은 두 권으로 출간됐는데 첫 권인 ‘한글의 역사’에서는 한글의 창제과정에서 출발해 한글의 활용과정의 변천사는 물론이고, 한글문헌과 한글교육 등의 문제까지 두루 짚고 있다. 두 번째 권인 ‘한글과 문화’는 우리 선조들이 한글로 표현하려 했던 모든 생활사 자료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글이 단순히 말을 표기하는 ‘의사소통의 도구’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것을 담는 ‘문화적 기능’의 영역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국어학자의 저작이라 내용이 다소 깊고 전문적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친절하고 제법 흥미롭다.

저자는 글마다 한 줄짜리 질문을 던져놓고는 그에 대한 해답을 들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예컨대 ‘없어진 한글 자모, 어떤 소리를 나타낸 것일까요’‘띄어쓰기는 언제부터 왜 하기 시작됐을까요’‘돌에 새겨진 최초의 한글은’ 등의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형식이다.

첫 권 ‘한글과 문화’는 다양한 문헌의 언해본을 꺼내놓고 한글의 변천 등을 다룬 학술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명쾌한 해석이 겹쳐져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한글에 무지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한글의 글자형이나 획 수가 필사를 통해서 수없이 변천해왔다거나, 가장 먼저 한글 띄어쓰기를 한 문헌이 서양인에 의해 씌어진 것이라는 등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실려 있다. 한글은 창제 이후 오랫동안 띄어쓰기 대신 구두점을 찍었는데, 이는 목판활자를 사용하던 당시에는 띄어쓰기로 비워지는 공간을 낭비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단다. 활판과 종이가 귀했던 당시에 띄어쓰기를 했다면 재목과 종이가 훨씬 더 많이 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다 연활자가 등장하고 양지 수입이 늘어나면서 비로소 띄어쓰기가 이뤄졌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우리 생활문화 속에 깃든 한글을 소개하는 두 번째 권에서는 가장 오래된 한글 비문을 비롯해 버선에 한글로 쓴 ‘버선본’, 세상을 떠난 남편 무덤에 넣은 애도문 등이 자못 흥미롭게 소개돼 있다.

저자는 점을 치는 데 쓰는 ‘당사주 책’을 뒤지며 한글의 표기법이나 글자체를 비교하기도 하고, 부적이나 악보에 쓰인 한글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심지어 다듬잇돌이나 실패, 담뱃대 등에 새겨진 한글도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생활 유물 속에 새겨진 한글을 발견하고 읽어내면서, 사유를 선조들이 가졌던 인생관과 가치관 등으로 확장해낸다. 글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한글 문헌과 생활사 유물 등을 900여 장에 이르는 컬러사진으로 보여줘 깊이있는 이해를 돕는다. 국어학자의 글답게 문장이 순하고 의미도 정확해 책에서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는 점도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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